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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학교 전학 짐싸는 아이들… 서울까지 번진 ‘저출산 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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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학교 전학 짐싸는 아이들… 서울까지 번진 ‘저출산 폐교’

김호경 기자 , 조건희 기자 입력 2019-03-25 03:00수정 2019-03-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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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 쇼크]서울 초중교 3곳 동시 문닫아
22일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운동장에 녹슨 농구 골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폐교됐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22일 낮 12시 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중학교에는 점심시간 내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로 돌아간 게 전부였다. 학생 수 감소로 내년 2월 폐교가 확정된 공진중 교정은 전교생이 체험학습을 갔다는 착각이 들 만큼 고요했다.

공진중은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1학년이었던 공진중 학생들은 전원 2학년이 되기 전에 인근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현재 남아있는 건 3학년 47명뿐이다. 이들이 1993년 개교한 공진중의 마지막 졸업생이다. 공진중에서 1.4km 떨어진 염강초도 내년 2월이면 문을 닫는다. 올해 신입생을 받았지만 내년에 전교생이 인근의 가양초와 염경초로 분산 배치된다. 한 주민은 “이 동네에 더 이상 학생이 없으니 어쩔 수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같은 날 기자가 찾은 서울 은평구 은혜초에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운동장 구석에는 낙엽이 수북했고, 축구 골대는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정오가 다 됐는데도 은혜초 교문 앞 문구점은 문을 열지 않았다. 문구점 사장은 “점심시간이면 아이들로 왁자지껄했는데 지금은 바람소리만 들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법인이 자진 폐교를 추진하면서 재학생이 모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저출산으로 인한 폐교가 지방을 넘어 서울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는 교육 공간인 동시에 지역의 구심점이라 학생 수가 줄었다고 무작정 폐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병호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저출산으로 학교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막상 자기 동네 학교가 사라진다면 대다수가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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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가 폐교하면 법적 분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은혜초는 서류상으로는 현재까지 폐교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법인이 폐교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단 폐교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시교육청이 검찰에 법인을 고발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폐교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초등 1년생이 태어난 해(2013년)의 연간 출생아는 40만 명대다. 2017년부터 연간 출생아는 30만 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 이후 태어난 ‘30만 명대 세대’가 학교에 진학하면 폐교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구학 전문가의 추계모델로 분석한 결과 2030년에는 초등학교 10곳 중 3곳(29.5%)이 필요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은 2018년 이후 태어난 출생아들로 초등학교의 전(全) 학년이 채워지는 시기다. 이마저도 지난해 출생아(32만6900명)와 학교당 학생 수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내년 출생아가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제 사라지는 학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33년에는 현재 중학교의 28.0%, 2036년에는 고교 41.1%가 남아돌 것으로 예측됐다. 교사 수 선발 인원 감축도 불가피하다.

폐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미 전국 산부인과 의원은 2005년 1907곳에서 2017년 1319곳으로 30.8%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첫 여성전문 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이 진료를 중단했다. 전국 어린이집도 2014년 4만3742곳에서 지난해 3만9171곳으로 줄었다. 산부인과와 어린이집이 사라진 지방에선 젊은 부부가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하고 있다.

‘30만 명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는 2040년대면 노동력 감소가 현실화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급증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체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2060년까지 합계출산율이 1.38명, 노년부양비가 82.6%로 각각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급감한 출생아 수를 고려하면 고갈 시점이 더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역병으로 입대할 20대 남성이 줄어들면 병역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구 감소는 주택 공급, 도로와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인구 감소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데 정부는 5년마다 바뀌고 당장 급한 현안에 휘둘려 저출산 이슈에 너무 둔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저출산 문제는 충격이 닥칠 때에는 이미 늦고 국민이 받는 피해도 너무 엄청난 국가적 재앙”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건희 기자
#저출산#폐교#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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