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첫 갈림길은 초등 3학년 ‘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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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평가원 학생 50명 2년 추적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 개념… 제대로 못익히면 고학년까지 영향
“개념 이해 학습 집중지원 필요”

“나 수학하기 싫은데…. 수학 포기하고 싶어요.”

권모 양(10)은 수학시간이 무섭다. 분자와 분모 등 선생님이 하는 말은 수수께끼 같기 때문이다. 4학년인 권 양은 분수의 연산을 이해하지 못해 방학 때 담임교사와 따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진분수와 가분수’가 헷갈린다.

권양처럼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초등 3학년 ‘분수’ 개념을 배울 때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초·중학교 학습부진학생의 성장 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학습부진에 빠진 학생 50명을 2017년부터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대부분 ‘수학’에서 어려움을 경험했다. 특히 수학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경험한 최초의 시점은 초등 3학년 분수 단원으로 나타났다.

분수의 개념은 초등 3학년 2학기 수학 네 번째 단원에 등장한다. 이 단원에서 아이들은 단위분수, 진분수, 가분수, 대분수 개념을 익힌다. 분수의 종류를 알고 난 뒤에는 부분과 전체의 크기를 비교하고, 분모가 같은 분수의 합을 구하는 방법까지 배우는 게 이 단원의 학습 목표다.

하지만 이 단원부터 이해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학생들이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45·여)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분수를 배울 때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해 부모인 나 역시 애를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평가원 연구에 참여한 황모 군(11)의 교사 A 씨는 “분수의 덧셈과 뺄셈 개념을 따로 가르쳤는데도 황 군이 혼자서는 분수 계산을 제대로 못 했고, 점차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1, 2, 3으로 시작하는 ‘자연수’는 연필 한 자루, 사람 두 명 등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반면 ‘분수’는 추상적 개념이라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3학년 2학기 때 분수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고학년 수학을 이해하기 어렵다. 4학년 1학기에는 분수의 덧셈과 뺄셈, 5학년 1학기에는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이 등장한다. 분수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수 또한 이해하지 못하면서 점차 ‘수포자’가 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는 시점에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등 1, 2학년에서 기초연산을 확실히 이해하게 가르치는 한편, 오감을 사용하거나 실생활과 연계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학학습 자료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완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자녀가 분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며 “쉬운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수포자#분수#교육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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