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손 내민 이탈리아… 서방서 첫 ‘일대일로’ 참여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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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기마대 호위 등 시진핑 극진환대
“교역에서 ‘이탈리아 퍼스트’ 적용”… 中은 3조원 넘는 선물보따리 풀어
서방 ‘中의 트로이 목마’ 우려
마크롱, 26일 시진핑과 회담… 메르켈도 불러 공동대응 모색

伊 9년만에 기마대 사열 ‘황제 의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22일
 로마 퀴리날레 대통령궁에 도열한 호위 기마병단 앞을 나란히 걷고 있다. 이탈리아는 23일 주요 7개국(G7) 및 서유럽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가를 선언했다. 외국 수반이 이탈리아 기마병단을 사열한 것은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후 
처음이다. 로마=AP 뉴시스
伊 9년만에 기마대 사열 ‘황제 의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22일 로마 퀴리날레 대통령궁에 도열한 호위 기마병단 앞을 나란히 걷고 있다. 이탈리아는 23일 주요 7개국(G7) 및 서유럽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가를 선언했다. 외국 수반이 이탈리아 기마병단을 사열한 것은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후 처음이다. 로마=AP 뉴시스
이탈리아가 23일 주요 7개국(G7) 및 서유럽 국가로서는 최초로 중국의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참가를 공식 선언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로마 외곽의 호화로운 르네상스 대저택 ‘빌라 마다마’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진행했다. 일대일로 참여를 주도한 루이지 디마이오 집권 오성운동 대표 겸 부총리는 서명식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이탈리아에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붙은 이탈리아 상품, 이탈리아 회사, 이탈리아 전체가 승리한 날”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누군가가 ‘미국 퍼스트’라고 하듯 이탈리아의 교역에서는 ‘이탈리아 퍼스트’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탈리아의 행보를 못마땅해하는 미국과 서유럽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시 주석도 “두 나라는 실크로드를 매개로 2000년 전부터 왕래해 왔다”고 화답했다. 특히 베네치아 출신 탐험가로 양국 교류에 앞장섰던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를 언급하며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통해 양국이 새 시대를 열자”고 주장했다.

이날 현지 언론이 ‘황제 의전’ 보도를 쏟아낼 정도로 시 주석은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22일 시 주석이 탄 리무진은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통령궁에 도착했다. 보통 한 국가의 군주에게만 제공되며 마지막 기마대 호위를 받은 사람은 2010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일반 국가원수가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이날 중국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796건의 문화재도 돌려줬다. 최근 20년간 최대 규모의 중국 예술품 반환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중국도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시 주석과 동행한 중국 기업 사절단 약 500명은 이탈리아 정부 및 기업과 에너지, 철강, 토목 등 다양한 분야에서 29개 협정을 맺었다. 25억 유로(약 3조2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대일로 참가 목적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된 경제난 탈피’라고 주장하지만 내부는 물론이고 동맹국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이탈리아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 동맹당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며 만찬 참석을 거부했다. 유럽 각국도 슬로베니아 국경지대에 있는 북부 트리에스테항, 북서부 제노바항 등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면 지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의 다음 방문지인 프랑스에서 특히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은 그동안 유럽의 분열을 이용하며 이익을 챙겼다. 중국에 대해 순진했던 시기는 끝났다”며 날을 세웠다. 특히 그는 “중국에 대해서는 개별 국가가 아닌 유럽 전체의 공동된 대응이 필요하다”며 26일 시 주석과의 회담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불러 함께 만나기로 했다. ‘돈’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중국에 맞서려면 유럽 전체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우려에도 일대일로 사업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도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교도통신은 중국과 일본이 이르면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최근 일대일로에 협력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시진핑#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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