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강남으로”… 초교 입학 전 이사가는 新 맹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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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빨라지는 강남 전입 러시… 학부모 “최상위권 따라잡아야”
초등학교 입학 전 전학 간 아이 10명 중 3명 ‘강남 3구’로 전입
상대적으로 집값 저렴한 송파구, 강남-서초구 전입 인구의 두 배

“주위 애들 다 강남 가는데….”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 씨(40·여)는 요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의 전학을 두고 고민이 많다. 김 씨는 “동네에서 조금만 공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 엄마들은 이미 강남으로 전세라도 급히 구해 이사를 갔다”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교육특구인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로의 전입 열풍이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유치원을 갓 졸업한 초등학생으로까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강남으로 들어가야 최상위권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1, 2월 2012년생 전입·전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전학 간 아이들 10명 중 3명은 강남 3구로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올해 서울시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다른 학교로 전입한 아이들은 25개구의 총 4939명이었다. 이 중 강남 3구 초교로 전입한 학생들은 서초구 323명, 강남구 468명. 송파구 787명으로 총 1578명이었다. 또 양천구는 362명, 노원구는 263명이었다.

‘강남 3구’ 중에서도 송파구의 전입 인원은 강남·서초구의 약 2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송파구는 강남구나 서초구보다 주거 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 강남 지역 학원에 자가용으로 태워주는 것이 가능하면서도 놀이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선호한다. 송파구가 두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외부 지역 전학생이 몰리는 강남 도곡동이나 대치동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맞는 놀이터 등 놀이 시설이 부족하다.

얼마 전 송파구에 약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집값이 하락한 점도 ‘송파 러시’를 불렀다. 자산 형성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부부들이 강남, 서초구 대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송파구로 몰렸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이사는 “송파구도 엄연히 강남 3구”라며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진입 장벽이 그나마 낮은 곳인 송파구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 3구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밀려오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 특성상 해당 학교 통학구역에 전입신고가 되면 자동으로 그 학교에 배정된다. 서울 강남구 A초교 관계자는 “학생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지만 오는 학생을 막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반발 때문에 출생률 저하로 인한 자연적 감소 외에는 당국이 학군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본교 통학구역 외에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주소지 인근 학교로 전학하여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서울 강남구 B초교는 지난달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통신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이 학교는 “학생이 계속 들어오는데, 전입학 이후 통학구역 외로 이사 가도 학교에 알리지 않고 계속 다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수 과밀로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실내화 주머니를 걸 자리가 없어 ‘실내화 없는 학교’를 만드는 학교가 있을 정도다. 서울 강남구 C초교는 지난달 학생들이 교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올 수 있도록 교칙을 바꿨다. 타 지역에서 온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실내화 주머니를 걸어두기에도 교실 공간이 부족해진 탓이다.

저학년의 강남 러시는 결국 ‘입시’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에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학년이 올라가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동반효과라는 게 있다”며 “강남 3구는 학습 분위기, 공부에 대한 관심 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제도에 대한 불안감도 강남 전입을 부추겼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를 시행한다고 했다가 유예하는 등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욱 입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사지원 기자
#강남 전입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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