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제 가자” 광화문 떠난 세월호 영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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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분향소 이안식
304개 영정 당분간 서울시청 보관, 18일 천막 14개 모두 철거 예정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에서 열린 희생자 304명의 영정 사진을 옮기는 이안식에서 진행자가 영정 하나를 벽에서 조심스레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에서 열린 희생자 304명의 영정 사진을 옮기는 이안식에서 진행자가 영정 하나를 벽에서 조심스레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김○○, 고 장○○….”

17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광화문광장, 이른바 ‘세월호 천막’에서 영정 사진을 꺼내기 시작했다. 사회자가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인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자 유족 또는 관계자들이 영정을 건네받았다. 2014년 7월 광화문광장 남단에 희생자 유족과 일부 시민단체가 천막을 친 뒤 꾸린 분향소에 놓인 영정 304개는 이날 이안식(移安式)을 거쳐 모두 서울시청으로 옮겨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거행된 이안식에는 416가족협의회의 희생자 가족과 시민단체 인사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순으로 추모의식을 치른 뒤 추모발언이 이어졌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광화문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 힘이 드는 일이지만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며 “아들딸들아, 이제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집에 가자”고 말했다. 유족들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이안식을 지켜봤다. 광장에선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나눠 주는 이들도 있었다.

추모발언이 끝난 뒤 사회자가 희생자 가운데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을 시작으로 고인을 호명해 영정을 옮겼다. 영정은 천막 앞에서 천으로 깨끗이 닦은 뒤 검은 상자에 담았다. 영정을 받으러 나간 유족과 지켜보는 시민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영정을 담은 상자는 낮 12시 반경 서울시청 지하 서고로 옮겨졌다. 영구적으로 보관할 장소를 찾을 때까지 이곳에서 보관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 14개 동은 18일 오전 10시부터 치워진다. 천막 철거가 끝나면 같은 장소에 80m² 규모의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들어선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세월호#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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