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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호텔 같은… 지금까지 이런 고시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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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호텔 같은… 지금까지 이런 고시원은 없었다

조윤경 기자 입력 2019-03-16 03:00수정 2019-03-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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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럭셔리 셰어하우스로 화려한 변신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작심하우스 고시원. 전문 인테리어 디자인팀이 입주자를 위한 맞춤가구와 벽지, 생활 소품을 계획했다. ‘벌집’이나 ‘쪽방’에 비유되는 기존 고시원과 달리 한 개 층에 객실 7개만 운영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적한 카페거리. 진회색 벽돌로 된 5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지나가기에도 충분한 넓은 복도가 나타났다. 약 50cm 간격으로 설치된 천장 조명이 세련된 하얀색 벽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황동으로 된 문고리 옆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열고 301호 안으로 들어가니 10.5m²(약 3.2평) 크기의 아담한 방이 나왔다. 원목 무늬 책상과 서랍 등 가구들이 방 안에 꼭 알맞게 배치돼 있었다. 비즈니스호텔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이곳의 정체는 놀랍게도 ‘고시원’이다.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주거 형태들이 고급화 전략을 표방하며 변신하고 있다. 저렴한 주거비만 내세우던 고시원이나 공유하우스에서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작은 공간 속 ‘생활의 질’을 놓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긴 것이다.


○ 시설 수준 확 높인 ‘럭셔리 고시원’ 등장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1호점을 낸 작심하우스 고시원은 입주자 모집 보름 만에 객실22개가 모두 마감됐다. 업체에 따르면 입주자를 모집 중인 다른 두 개 지점도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기계약이 가능하고 보증금이 크지 않다는 고시원의 기존 장점은 살리되 낙후된 시설과 서비스는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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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전문가로 구성된 인테리어 팀이 참여해 1인 주거 공간에 최적화된 구조를 설계하고 가구와 벽지도 맞춤 제작했다. 쿠션과 커튼 등 인테리어 소품들도 계절마다 바꿔 준다. 주방과 세탁실 등 공용 공간은 전문 청소업체가 주 5일 관리하고 있다. 전 입주자에게 샤워타월 비누 물티슈 등 생필품이 담긴 ‘웰컴 키트’가 제공된다.

지금까지 고시원은 주거 빈민층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소설가 박민규 씨의 단편 ‘갑을 고시원 체류기’에서 주인공은 “그것은 방이라고 하기보다는 관이라고 불러야 할 크기의 공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원룸과 명확하게 구분되진 않지만 차이는 있다. 대개 보증금이 필요한 원룸과 달리 고시원은 보증금이 없어 목돈이 필요치 않다. 원룸은 방안에 화장실 싱크대 등이 있어 독립생활이 가능하고 공과금도 따로 내지만 고시원은 세탁기와 주방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사생활 침해나 성폭력 등 인권 침해뿐 아니라 화재 사고에도 취약해 입주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거주 형태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11월 7명의 생명을 앗아간 국일 고시원 화재 사건도 이런 인식을 공고히 하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시원·고시텔은 전체 비주택 유형 중 41%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반면 최근 등장한 ‘럭셔리 고시원’은 기존의 통념을 깨는 시설과 서비스로 학생과 직장인 등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서 점차 입소문이 나고 있다. 가격은 일반 고시원보다 조금 비싸거나 비슷한 월 50만 원대이지만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최근 대구에서 이곳으로 이사한 회사원 김도윤 씨(27)는 “폐쇄회로(CC)TV가 잘 갖춰져 있고 인테리어가 밝은 분위기여서 다른 곳보다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권준현 씨(34)는 “깔끔한 디자인과 편의시설을 종합해 본다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 네트워킹 중심 ‘코리빙’으로 진화한 셰어하우스

집 한 채를 2명 이상이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공유주택)도 기존 형태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더한 2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1세대 셰어하우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주방, 거실, 세탁실 등 공용 공간뿐 아니라 개인 공간인 침실까지도 함께 사용하는 형태였다. 서비스 중심의 2세대 셰어하우스는 개인 프라이버시는 보장하면서 공간 공유 서비스의 종류와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커먼라이프 역삼 트리하우스’의 경우 공유 서재와 스크린과 오디오를 설치한 시네마룸, 사전 예약이 가능한 미팅룸, 반려동물 샤워장, 루프톱 테라스 등이 공용 공간에 포함돼 있다. 매주 토요일엔 조식도 제공된다. 카셰어링 서비스나 요가, 일러스트 그리기, 블록체인 공부하기와 같은 주제로 열리는 강연도 신청할 수 있다.

시설도 더 좋아졌다. 리베토 커먼타운 한남동하우스의 경우 전체 개인실 내부에 1인 냉장고와 개별 공기청정기를 제공한다.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지점 콘셉트에 맞게 고른 쿠션과 러그, 스탠드 등 생활 소품과 가전제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서비스 중심 셰어하우스의 월 임대료는 평균 80만∼90만 원 선이다. 공간 중심의 1세대 셰어하우스에 비해선 높은 가격이다. 반면 입주자들은 지불하는 가격 이상의 혜택을 되돌려 받는다고 여겨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입주자들은 거주하는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입주자 노한나 씨(37)는 “환경이 바뀌면 성격이 바뀐다고 생각할 만큼 주변 환경을 중시하는데, 이곳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일상이 풍부해지는 기분을 준다”고 말했다.


○ 주거도 ‘가심비’와 삶의 질 중시

1인 가구 거주의 고급화 트렌드는 젊은 소비자들의 주거 개념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곳에서 의식주를 ‘체험’하는 곳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간에서 먹고 자는 것뿐 아니라 편의시설, 네트워크, 특별한 경험 등 생활의 질적 측면까지도 주거 문화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동시에 삶의 질도 포기하지 않는 ‘가심비’가 주거를 선택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옛것도 자기만의 가치로 재해석하는 요즘 세대는 고시원이 쪽방에 비유되며 저소득층만의 것이라 여겨졌던 낡은 사고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2018년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808만5526명으로 전체 가구 중 36.7%를 차지한다. 1인 가구만을 위한 주거 형태는 이제 갓 실험 단계이지만 앞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출생한 세대)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 형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문화평론가도 “임대사업자들이 부동산으로 젊은층에게서 등골을 빼먹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시원도 오피스텔 구조를 결합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계층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겨나 도시 내 거주 생태계가 풍부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거주자들은 당장 사라지지 않으며 여전히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고시원#셰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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