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테이블 가격만 2억5000만원…탈세와 마약이 판치는 ‘강남 클럽 아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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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아레나 클럽 탈세액은 최소 600억 원은 넘을 겁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경찰이 아레나의 탈세액을 26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 아레나는 일주일에 4일(목~일요일)만 영업하는데도 한 달 매출이 최소 50억 원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레나가 2014년 6월 문을 연 것을 감안하면 그간 총 매출액이 3000억 원 안팎쯤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은 매출이다.

아레나는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이사로 참여한 강남 클럽 ‘버닝썬’과 함께 ‘대한민국 일타클럽’으로 불린다.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모 씨(46)는 웨이터 출신으로 ‘강남 유흥업계의 황제’로 불린다. 아레나의 테이블 하루 이용료는 최고 억대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버닝썬처럼 성폭력과 마약, 폭행 등의 범죄가 있었다.

●“하루 테이블 이용료 2억5000만 원”

아레나는 영업직원(MD)만 300명이 있다. 안내 직원과 바텐더 등까지 더하면 직원 수가 400명에 이르는 초대형 클럽이다. 하루에만 1300~1400명의 손님이 이곳을 찾는다. 본보는 전·현직 아레나 클럽 직원과 VIP고객, 강남 일대 클럽 관계자들의 얘기를 통해 아레나를 들여다봤다.

아레나는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에 따라 급이 매겨지는 철저한 등급사회다. 남자 손님들은 좋은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해 경매를 벌인다. 여자 손님은 외모에 따라 테이블을 공짜로 받기도 한다. 일명 ‘입뺀(입장 금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손님의 외모 수준(속칭 ‘수질’) 유지에 공을 들인다. 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여성들을 아레나로 데려와 영업에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레나는 MD가 판매된 술값의 일정 비율을 챙긴다. 그러다보니 MD들은 손님들이 큰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 손님이 MD에게 테이블을 예약하면 매주 목~일요일 오후 9~11시 MD들끼리 테이블 선점을 두고 경매가 이뤄진다. 테이블당 평균 가격은 지하 2층의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존이 1000만 원, 지하 1층의 힙합존은 150만 원 선이다. 총 79개 테이블 중 지하 2층 중앙부에 있는 ‘메인 테이블’ 3개는 경쟁이 심한 경우 하루 이용료가 억대로 치솟는다. 아레나 MD 이모 씨(23)는 “테이블 가격이 2억5000만 원까지 올라가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쓰는 돈의 액수에 따라 MD들의 서비스도 달라진다. 비싼 술을 시키면 ‘샴걸(샴페인걸)’이 술병에 폭죽을 꽂아 배달해준다. 샴걸이 특정 테이블을 향해 퍼레이드를 하면 손님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문자 쪽으로 쏠린다. 아레나의 한 VIP 고객은 “좋은 테이블을 잡고 놀면 일단 여자들의 시선이 다르다. 우러러 보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메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에게는 어떻게든 ‘물게(물 좋은 게스트)’를 데려다 준다.

하루에 많게는 수억 원씩 쓰는 VIP 손님들은 주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금융업 종사자 등이다.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은 가수 정준영 씨(30) 역시 아레나를 자주 찾았다. 승리가 2015년에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성접대’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성접대 장소로 지목된 곳 역시 아레나다. 도박이나 가상화폐 사기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도 아레나의 ‘큰손’ 고객들이다. 한 VIP 고객은 “도박이나 가상화폐 사기로 번 돈을 은행에 넣기는 곤란하니 현금으로 한탕 써버리면서 사업 인맥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곧 권력’이다보니 클럽 안에서 실제로 돈을 뿌리는 일도 있다. 지난해 10월 클럽 아레나에서 일명 ‘헤미넴’으로 알려진 A 씨(36)가 사람들을 향해 수천만 원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를 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남성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17년 11월경부터 강남 일대 클럽에 나타난 A 씨는 하룻밤에 수천만 원을 뿌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버닝썬에서 판매하는 1억 원짜리 ‘만수르 세트’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매한 사람도 A 씨다. 만수르 세트는 고가의 샴페인과 꼬냑 등으로 채워져 있다.

A 씨는 “주 수입원은 투자 분석과 관련한 강연이다. 나는 사실상 개인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 측근은 “A 씨가 대학 졸업 후 4년간 유명 게임 사설 서버를 운영하며 30억 원 가량을 벌었다”며 “서버 운영을 그만두고 그동안 벌었던 돈을 세탁하려고 가상화폐에 투자했는데 이게 대박이 나면서 떼돈을 벌었다”고 했다.

●탈세와 마약이 판치는 ‘대한민국 일타클럽’

아레나는 현금 중심 거래를 통해 탈세를 자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블 매출액 중 MD가 떼어 가는 돈을 ‘와리’라고 부르는데, 손님이 카드로 계산을 하면 와리가 14%이지만 현금으로 계산하면 17~18%로 오른다. MD가 손님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MD는 술값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거나 손님의 카드로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대신 뽑아와 결제를 진행한다. 잘 나가는 MD는 한 달 수입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아레나는 MD에게 와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경비로 처리한다. 경비를 부풀려 신고하면서 과세 대상액을 줄이는 전형적인 탈세 수법이다. 일반음식점은 매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지만, 유흥주점은 여기에 개별소비세 10%, 교육세 3%가 추가된다. 클럽 입장에서는 현금 매출을 빼돌리고 인건비를 늘리면 과세 대상액이 줄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마약도 유통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 1층의 힙합존은 룸 형태였는데 마약 유통 투약과 성행위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고객들이 룸으로 여성을 데리고 가 약을 먹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007 가방’에 마약을 넣어 VIP 고객에게 종류별로 보여준 적도 있다”고 했다. 손님들이 룸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소문이 경찰 귀에까지 들어가자 아레나는 이 공간을 힙합존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레나는 하루 3억~4억 원에 이르던 매출이 버닝썬 개업(2018년 2월) 이후 반 토막 난 것으로 전해졌다. 버닝썬은 개업 당시 강남의 다른 클럽에서 매출이 높고 ‘물게’를 많이 아는 MD를 영입한데다 승리가 이사로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버닝썬이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 판매를 영업에 이용한 것도 영향이 컸다고 한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버닝썬은 ‘우리도 마약이 준비돼 있으니 와보라’고 영업을 하고 다녔다”며 “새로 생긴 클럽이고 승리라는 배경도 있다보니 아레나가 손님을 많이 뺏겼다”고 했다.

●유흥업계 황제와 관공서 유착 의혹

아레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 씨는 강남과 이태원 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한 뒤 불법 스포츠 도박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어 가라오케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현재 클럽 2개와 가라오케 14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 그는 ‘강남 유흥업계의 황제’로 불린다. 그는 웨이터 시절 친분을 쌓은 이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16곳의 ‘바지 사장’으로 앉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강 씨는 과거 ‘룸살롱 황제’로 불렸던 이경백 씨(47)처럼 관공서 로비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 씨가 구청과 소방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뿌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구청은 클럽에 대한 각종 인·허가권과 영업정지 권한을 갖고 있다. 아레나는 2014년 강남구청으로부터 유흥주점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미성년자가 클럽에 출입했다면 구청은 1개월간 영업정지를,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면 2개월간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아레나는 2014년 종업원 명부를 비치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했고, 2016년에는 간판에 업종 표시를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했었다”고 말했다.

소방 공무원 역시 클럽 내 스프링클러 설치와 소화기 비치, 비상구 확보 여부 등 소방시설과 관련된 사항들을 점검하고 위반시 행정적인 제재를 수 있다. 아레나는 자신들이 선정한 사설업체를 통해 1년에 2회 자체점검을 한 후 소방서에 보고서를 제출해 한 번도 소방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유흥주점은 자체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가 아레나를 직접 점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재기 노리는 아레나와 버닝썬

마약과 성폭력, 경찰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번진 ‘버닝썬 사건’은 김모 씨(29)가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김 씨는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을 주장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에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월 경찰 유착, 클럽 내 성폭행, 마약 유통 및 투약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버닝썬 내에서 벌어진 성행위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버닝썬 직원이 구속됐다.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29)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 아레나 직원 2명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유착과 관련해서는 버닝썬의 또 다른 공동대표 이모 씨(46)가 전직 경찰관 강모 씨(44)를 통해 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 씨 측근은 최근 본보와 만나 “내 차에서 강 씨가 경찰 2명에게 200만원과 30만 원을 각각 주는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본보가 2018년에 선고된 아레나와 버닝썬 클럽 내 발생 형사사건 판결문을 찾아보니 아레나에서는 폭행 6건, 마약·성폭행 4건, 추행 3건, 감금 1건이 발생했다. 버닝썬에서는 마약 4건, 폭행 등 범죄가 10건 있었다. 대부분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술 또는 마약으로 심신미약 상태인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들이었다.

직원과 손님 간의 폭행 시비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다보니 경찰 총수가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26명의 수사요원을 투입해 버닝썬·아레나 폭행사건, 마약류 등 약물범죄, 경찰관 유착의혹, (승리의) 성접대 의혹, 동영상 촬영·유포 등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버닝썬은 지난달 17일 폐업했다. 아레나는 7일 ‘3주간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아레나 실소주로 알려진 강 씨는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을 지낸 김귀찬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강남 유흥업계에서는 아레나와 버닝썬이 마약사건에 연루된 다른 연예인들까지 신원이 드러날까 봐 황급히 문을 닫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레나는 잠시 문을 닫았지만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 중단 당시 아레나 MD 팀장들은 카톡 대화방에 “2, 3주간 공사를 할 거고, 와리는 이번 주 지급. 아마 내일 뉴스에 버닝썬에 이어 아레나도 (문) 닫았다고 나올 텐데 절대 닫는 것 아니니까 인지들”이라고 공지했다. ‘인지들’은 ‘그렇게 알고 있으라’는 의미로 보인다.

아레나와 버닝썬 지분 소유자들이 손을 잡고 강남에 새로운 클럽을 차리려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다. 버닝썬 영업진에게 5억 원을 선불로 주고 새 클럽 영업진으로 영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강남 클럽 관계자는 “새로 개업할 예정인 클럽은 아레나와 버닝썬의 콜라보레이션(합작품)이라 강남의 큰손들이 기대하고 있다”며 “클럽 주인들이 워낙 현금 부자고 ‘뒷배’도 든든해 걱정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김정훈 기자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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