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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헬기사격 美대사관 문건’ 제시… 全씨측 “조종사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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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헬기사격 美대사관 문건’ 제시… 全씨측 “조종사는 부인”

광주=이형주 기자 , 김정훈 기자 , 이호재 기자입력 2019-03-12 03:00수정 2019-03-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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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23년만에 법정 출석]
“발포 명령 부인하나” 취재진 질문에 고함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하며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질문한 취재진을 향해 “이거 왜 이래”라고 고함치고 있다. 그 순간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오른쪽)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피고인은 인정하는지 여부를 진술해 달라.”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88)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피고인석의 전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그런데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가 갑자기 일어서며 “광주지법에는 재판 관할권이 없다”며 끼어들었다. 전 전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 78분 내내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공소사실 인정하느냐”에 침묵…꾸벅꾸벅 졸아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80)는 이날 오후 2시 29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해 5월 기소된 뒤 8월 27일 첫 공판 등 재판에 두 차례 불출석했던 전 전 대통령은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법정에 나온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법대에 가까운 피고인석에 앉았고, 그 바로 옆에 부인 이 씨가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앉았다. 장 부장판사는 고령이고,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 씨에게 ‘발언 금지’ 조건을 달아 동석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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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가 변론을 시작한 지 10분쯤 지난 오후 2시 56분 전 전 대통령의 고개가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졌다. 50대 여성 방청객이 “자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 도중 전 전 대통령은 4차례 이상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목격됐다. 재판이 끝날 무렵 이 씨는 재판부에 “남편이 회고록을 대통령 퇴임 뒤부터 준비했고, 5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제출했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전두환 살인마’라는 고함이 쏟아졌다.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법정에서 사죄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조영대 신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밝힌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 검찰, 증거 551건 A4용지 6500쪽 분량

검찰은 법정에서 8분 동안 공소사실을 축약해 설명했다. 5·18 당시 헬기사격 목격자의 증언과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헬기사격 관련 비밀문서 2개, 광주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사격 총탄 흔적, 회고록 집필진 압수 목록 등 551건을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제시했다. 또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자료가 더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각종 증거자료(A4용지 6500쪽)를 골라 목록을 작성해 다음 재판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 전 대통령 측은 49분 동안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조종사나 지휘관 등이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증언했고, 헬기사격 희생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일빌딩 총탄 흔적은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논리적 증거일 뿐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5·18 헬기사격은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허위사실, 고의성 인정되면 법정구속 가능

사자명예훼손죄의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헬기사격’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다. 일반 명예훼손죄는 유포 내용이 허위이건 사실이건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적시해도 죄가 성립하면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처벌 받게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전 전 대통령이 ‘고의’로 허위사실을 퍼뜨렸는지 여부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5·18 당시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받았는데도 회고록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쓴 건 고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이 적극적인 자료조사 없이 회고록을 기술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선 나온다.

사자명예훼손죄가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점이 고려되면 법정 구속될 수도 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김정훈 / 이호재 기자
#전두환#5·18민주화운동#헬기사격#사자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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