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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파트 단지 車사고 엄벌” 외치더니, 1년 넘게 뒷짐 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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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파트 단지 車사고 엄벌” 외치더니, 1년 넘게 뒷짐 진 국회

동아일보입력 2019-03-12 00:00수정 2019-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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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엄마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다섯 살 김지영(가명) 양이 차에 치여 숨졌다. 한 가정이 파괴됐지만 가해자는 1년 4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다른 사망사고보다 형량이 가벼운 이유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아파트 단지에서 사고가 일어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과실이 적용되지 않는 법상 허점 때문이었다. 당시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정부와 국회는 제도 개선을 약속했으나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3월 김 양 부모의 애달픈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은 “도로 외 구역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를 신설하겠다”고 답했다. 국회에는 김 양 사고가 나기 1년 전에 이미 아파트 단지나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도 도로에서 일어난 것과 같이 처벌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여태 계류 중이며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이면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경찰은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 안까지 관리할 인력과 장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고, 국토교통부나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길을 걷던 중에 사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행자 사망 비율(19.7%)의 2배 수준이다. 이미 음주운전 및 약물중독, 뺑소니 운전 등은 도로 외 구역 사고라도 중과실 처벌이 가능한데 보행자 사망사고만 예외로 둘 순 없다. 어디보다 안전해야 할 아파트 단지 내 사고가 도로 위 사고보다 처벌이 약하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우리 가족처럼 슬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김 양 엄마의 간절한 호소에 응답해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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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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