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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찬욱 감독 “첫 드라마 ‘감독판’은 앵글부터 사운드까지 완전 새로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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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찬욱 감독 “첫 드라마 ‘감독판’은 앵글부터 사운드까지 완전 새로운 작품”

신규진 기자 입력 2019-03-11 03:00수정 2019-03-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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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관에서 스마트폰까지 플랫폼 넘나드는 박찬욱 감독
'리틀 드러머 걸 국내 방송 버전, 3월 29일 오후 11시 채널A에서 공개
3월 말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되는 ‘더 리틀 드러머 걸’은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다. 박 감독은 “영화보다 러닝타임이 길다 보니 기존에 희생됐던 수많은 조연을 하나하나 보살펴 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더 리틀…’ 촬영장에서의 박 감독. 퍼스트룩 제공

《‘다음 이 시간에(To Be Continued)….’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떠오르는 이 문구는 소년 박찬욱의 가슴을 부풀게 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1958년)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1992년 데뷔한 뒤에도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연출한 드라마 ‘더 리틀 드러머 걸(The Little Drummer Girl)’은 어릴 적 꿈의 또 다른 성취인 셈. ‘다음 이 시간에’처럼 극의 절정에서 마무리하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s)’ 기법도 그에겐 매력적이었다.》
 
‘더 리틀 드러머 걸’은 일반적인 첩보물과 다르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원색적인 색감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사진은 극중 붉은색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내리는 찰리. 퍼스트룩 제공
하버드대 강연차 미국으로 향한 박찬욱 감독(56)을 7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절정에서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걸 영화 하는 사람들은 TV의 유치한 면이라고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9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통해 ‘더 리틀…’ 감독판을 공개한다

6부작 드라마 ‘더 리틀…’은 지난해 10월 영국 BBC, 11월 미국 AMC에서 잇따라 방영했다. 공개되자마자 “한국 감독이 놀라운 TV 데뷔를 했다” “박찬욱의 스타일이 녹아든 첩보물” 등 외신의 호평이 쏟아졌다. 미국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95%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원작은 세계적인 스파이물 대가인 영국 작가 존 러카레이(88)가 1983년 펴낸 동명 소설이다. 배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격화되던 1979년 유럽. 영국의 무명 여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인 베커(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와 사랑에 빠진다. 모사드 요원 쿠르츠(마이클 섀넌)가 짜놓은, 현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연극 속에서 찰리는 스파이가 되고 둘의 사랑은 역사적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다.

사춘기 시절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접한 뒤 박 감독은 러카레이 작품을 끼고 살았다. ‘더 리틀…’의 매력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러카레이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는 “제 기준에선 그의 작품 가운데 최고였다”며 “프로 스파이의 이미지보단 주인공이 스파이와 전혀 무관했던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박 감독이 러카레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미국 할리우드에 퍼지면서 많은 제안이 들어왔다. 러카레이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그중 하나. 각색된 시나리오를 받고 그는 2시간짜리 영화로 구현했을 때 과연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다고. 결국 ‘팅커 테일러…’는 2011년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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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시나리오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시 쓰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엔 고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알프레드손 감독 영화를 보니 그때 고사하지 말걸 후회가 되더라고요. 완전 걸작이죠.”

그래서 ‘더 리틀…’은 박 감독이 먼저 욕심을 냈다. 영화 ‘아가씨’(2016년)로 칸 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러카레이의 아들이자 제작사 잉크팩토리 대표인 사이먼 콘월에게 연출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미 ‘더 리틀…’은 1984년 조지 로이 힐 감독이 1970년대 전성기를 지낸 배우 다이앤 키턴을 내세워 한 차례 영화로 만들었다. 하지만 박 감독이 보기에도 “소설의 많은 장점을 들어낸 영화”였고 이 때문에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

“영화의 3배 분량이라 소설의 좋은 부분을 다 써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6시간으로도 부족하더라고요.”

그 대신 박 감독 특유의 디테일을 살렸다. 전통적인 첩보물의 우울하고 칙칙한 톤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술에 신경을 썼다. 찰리의 노란색 드레스, 빨간색 메르세데스벤츠 등 원색의 색감과 그리스 아테네 시가지를 굽어보는 아크로폴리스의 광활함 등을 통해 1970년대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렸다. 첩보물의 심리 묘사를 위해 스테디캠(대상을 미끄러지듯 따라가면서 계속 이어서 촬영하는 기법) 사용을 늘려 카메라 양쪽에 위치한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담으려 노력했다. “내가 해석하고 상상한 대로 만들었다”는 그의 말대로, 원작과 비교하면 엔딩도 바뀌었다.

원작자 러카레이는 “느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대중적 인기보단 마니아층을 확보할 것”이라고 평했다. 민감한 역사를 다룬 만큼 시나리오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읽히면서 균형을 잡았다. 전부는 아니지만 가급적 두 국가 출신 배우들도 섭외했다.

기존 ‘박찬욱 사단’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협업도 만족스러운 편. ‘박쥐’(2009년), ‘아가씨’ 등을 함께한 류성희 미술감독, 정서경 작가와도 잠시 떨어졌다. 촬영도 ‘황금 콤비’ 정정훈 감독 대신에 ‘암살’(2015년), ‘1987’(2017년) 등을 만든 김우형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미술은 영화 ‘팅커 테일러…’의 마리아 듀코빅 감독이 맡았다. 그는 “특히 김 감독은 처음 같이 일해 본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대담함과 순발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촬영 전 철저한 준비로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듣는 그이지만, 이번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직접 각색을 하다 보니 제작사와 ‘창조적인 진통’이 많아 각본도 늦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영국, 체코, 그리스 등 여러 국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이 끝나면 저녁에 다음 날 촬영을 기획하는 날들이 반복됐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쥐’를 100회 가까이 찍었어요. 하루 촬영시간도 13∼14시간이었고요. ‘더 리틀…’은 영화 3편 분량인데 81회를 찍었으니까 말 다했죠. 평소 스피드에 비해 쫓기듯이 촬영했어요.”

감독판을 공개하는 이유도 드라마 버전에 대한 아쉬움에서다. 확실히 ‘박찬욱스러운’ 작품이 될 거라고 호언했다. 방송 당시엔 BBC는 폭력에,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박 감독은 “후반 작업 기간이 너무 짧았다. 방송사, 제작사와의 견해차로 편집을 다르게 한 부분을 되돌렸고 음악과 컬러, 사운드도 다듬었다. 심지어 카메라 앵글까지 내 스타일로 바꿨다”고 말했다. 에피소드별 러닝타임도 달라진다. 추후 극장 개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2005년), ‘스토커’(2013년), ‘아가씨’에 이어 ‘더 리틀…’도 최근 여성의 서사에 대한 박 감독의 관심을 반영한다. 그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성이라는 소재에 강하게 끌리는 것 같다”고 했다. ‘스토커’의 미아 바시코프스카나 ‘아가씨’의 김태리처럼, 찰리 역할을 맡은 배우 플로렌스 퓨를 ‘레이디 맥베스’(2016년)에서 보고 첫눈에 반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년)에서 정신분열증 연기를 한 마이클 섀넌도 마찬가지. 베커 요원 역할에는 ‘스토커’에서 찰리 역할로 오디션을 봤던 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를 미리 점찍어뒀다.

온라인, 모바일로 시청이 가능한 왓챠플레이를 선택할 정도로 그는 플랫폼에 개방적인 감독에 속한다. 최근 칸,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나 국내 대형 영화관에서 넷플릭스 영화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옥자’(2017년), ‘로마’(2018년) 등은 큰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인데 아쉽다.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할리우드에선 1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최종 편집권을 못 주겠다고 하는데, 넷플릭스는 2000만 달러에 최종 편집권까지 준다고 한다면 감독의 선택은 뻔하지 않나요?”

그러면서도 극장에서 ‘영화적 체험’이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현실에 걱정이 된다고. 그는 “동생 박찬경 감독과 아이폰4로 촬영한 단편 ‘파란만장’(2010년)도 결국엔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였다”며 “영화 투자자들이 원하는 극장용 영화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영화적 체험이 중요한데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들은 담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잖아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감독으로선 딜레마죠.”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가진 한국의 대표 감독이지만, 폭력에 대한 잔혹한 묘사 등 불편함과 미학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가장 먼저 관객들이 좋아해 줄지를 고민한다. 데뷔 이래 상업영화 감독의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잠시 한국 영화계를 떠나 있던 그는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한국 영화 위기론’에 대해서는 “‘신과 함께’, ‘극한직업’이 잘되지 않았나. 기복이 있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거침없던 그도 차기작에는 말을 아꼈다.

“로스앤젤레스로 넘어가 차기작 논의를 할 예정이에요. 미국 서부극인데, 아직 투자가 확정되지 않아서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지요.(웃음)”

‘리틀 드러머 걸' 국내 방송 버전은 29일부터 6주간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채널A에서 방영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박찬욱 감독#더 리틀 드러머 걸#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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