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도 국민연금처럼 별도 기금에 맡겨 운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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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쥐꼬리 수익률’ 개선안 마련
전문인력이 운용 맡는 ‘기금형’과 금융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DC형 ‘디폴트 옵션’ 도입 추진


기업이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외부 기금에 맡겨 운용하고, 금융회사가 개인 투자 성향에 따라 퇴직연금을 알아서 굴려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여당 주도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주요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못한 연 0∼1%대에 그치는 만큼 ‘쥐꼬리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1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여당 내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최근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 옵션’ 도입을 뼈대로 한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방안에 의견을 모으고 이르면 이달 중 관련 내용을 당에 보고할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같은 별도 기금이 전문 인력을 두고 한 곳 또는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현재는 기업이 특정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직원들의 퇴직연금이 금융회사에 자동으로 적립된다. 기업 입장에선 대체로 인사 담당자가 업무의 일부로 퇴직연금을 맡다 보니 수익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 처지에서도 ‘어차피 잡은 물고기’이다 보니 퇴직연금 대부분을 정기예금으로 굴리며 손실만 면하는 수준으로 운용한다. 국내 퇴직연금 상위 5개사의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형)이 1.06∼1.63%, 확정기여형(DC형)은 0.71∼1.25%에 그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5%)과 비교하면 손실인 셈이다.

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기금에서 고용한 퇴직연금 전문 인력이 수익률을 관리하게 된다. 운용사들 간에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모아 뭉텅이로 굴릴 수도 있어 자금 운용 여력도 커진다.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일일이 본인의 퇴직연금에 대해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게 자금을 굴려주는 제도다. DC형 가입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배분 전략을 바꿔줘야 하지만 전문성이 낮고 무관심해 제때 운용 지시를 내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수익률을 까먹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게 디폴트 옵션이다. 미국, 호주, 스웨덴 등에서는 DC형 가입자 80∼90% 이상이 디폴트 옵션을 채택하고 있다.

자본특위는 다만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더라도 모든 근로자가 자동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만 선택적으로 가입도록 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위의 퇴직연금 제도 개선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 세부 사안들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소관 상임위원회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퇴직연금#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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