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벌집 쑤신 美무슬림 여성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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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친이스라엘 단체 비판에 ‘反유대주의자’ 논란 휩싸여
민주당내서도 “불쾌한 비방” 항의
오마르 “네타냐후 반대가 反유대냐”… 코르테스 “다른 인종발언과 차별”
‘反유대 발언 규탄’ 추진 민주 지도부… ‘모든 인종’으로 수정해 결의안 통과


“외국(이스라엘)에 충성을 강요하는 (특정 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의 한 책방에서 열린 타운홀 행사. 무슬림 여성 최초로 미 하원에 입성한 일한 오마르 의원(민주·미네소타·37)은 이 발언으로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미국 상·하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겨냥한 발언 이후 ‘반(反)유대주의자’라는 역풍을 맞았다. 소속 당에서 반유대주의 규탄 결의안을 준비하기도 했다.

결국 7일 하원에서 모든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며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P통신은 9일 “의회 밖에서 계속 벌어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논쟁은 더 격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마르 의원이 반유대주의 비판을 받은 이유는 그가 ‘이중 충성(dual loyalty)’ 논리를 언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 충성은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국적을 가진 유대인들이 자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에만 충성한다는 의미로 역사적으로 유대인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된 비유였다. 그는 지난달 10일에도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은 AIPAC의 돈 때문”이라는 취지로 트윗을 올렸다가 비슷한 비판을 받은 뒤에 사과했다.

당장 민주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대계인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1일 “극도로 불쾌한 반유대주의적 비방”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는 반유대주의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조만간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5일 트위터에 “오마르 의원이 이스라엘과 관련한 끔찍한 발언으로 다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비판에 가담했다.

그러나 오마르 의원은 3일 트위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반대하는 것이 곧 반유대주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200명 이상의 유대계 미국인도 6일 “AIPAC의 유해한 역할을 지적하는 것이 반유대주의는 아니다”라며 오마르 의원을 지지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9일 영국 가디언은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받아온 의원들이 오마르 의원 비판에 앞장섰다”며 “이러한 반응이 오마르 의원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가 의회 내 소수인 무슬림 여성 의원이어서 공격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백인 남성 의원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의회가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라틴계 혹은 다른 인종에 문제되는 발언을 했을 때 이 정도의 질책을 받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결국 모든 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AP통신은 9일 “오마르 의원이 촉발한 반유대주의 논란은 의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면서도 “대학, 주의회 등 많은 곳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양극화된 논쟁은 흔하며 이 논쟁은 앞으로 더 격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를 인정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불매, 투자 회수, 경제 제재를 가하자는 ‘이스라엘 보이콧(BDS)’ 운동 동참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마르 의원도 BDS 운동을 지지해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유대계#미국무슬림#여성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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