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들끓자… 뒤늦게 대책 쏟아내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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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공강우 성공 확인 안됐는데 文대통령 ‘공동 실험 추진’ 지시
석탄발전 줄이고 LNG발전 확대… “초미세먼지 유발 부적절 대책”
여야도 “미세먼지 법안 처리” 뒷북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지 6일로 8일째에 접어들자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공기청정기 보급 확대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미세먼지를 해결할 ‘뾰족 수’는 없어 보여주기 식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인공강우에 대한 중국 쪽의 기술력이 훨씬 앞선 만큼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어린이집과 학교에 공기청정기나 환기설비를 조기 설치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특단의 조치를 거듭 주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 앞서 인공강우 실험을 많이 했다”며 “중국과의 협조를 통해 향후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이 되면 보다 적극적인 인공강우 대책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1월 문 대통령의 지시로 환경부와 기상청이 서해상에서 첫 인공강우 실험에 나섰다가 실패한 바 있다. 당시 구름입자는 커졌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대통령 지시로 성급하게 실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더욱이 중국의 인공강우 실험이 성공했는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번엔 중국과의 공동 인공강우 실험을 주문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학교나 군대 등 단체생활 공간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게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현재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 27만2728개 중 11만4265개(41.9%)에 공기 정화장치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들이 공기 정화장치를 갖춘 학교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저감 효과가 제각각이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이날 모든 병영 생활관에 공기청정기 6만여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원인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2022년 5월까지 삼천포 1, 2호기 등 6기를 폐쇄할 계획이었는데 이 시기를 더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또 미세먼지가 심하면 최대 출력을 80%까지만 가동하도록 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상을 현재 40곳에서 6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은 초미세먼지(PM2.5)보다 미세먼지(PM10)를 많이 배출하는 반면 LNG 발전은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다”며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석탄화력발전과 달리 LNG 발전은 상대적으로 도심과 인접해 있는데, LNG 발전을 늘린다는 건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1월 인공강우 실험을 비롯해 지금까지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을 보면 전문성 없이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호경 kimhk@donga.com·한상준 / 세종=송충현 기자
#미세먼지#문재인 정부#중국#인공강우 공동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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