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드결제액의 0.0003%… 호응 ‘제로’ 제로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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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외면받고 있다. 어제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1월 제로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2억 원에도 못 미쳤다. 같은 달 전체 카드 결제금액(58조 원)의 0.0003%에 불과하다. 혜택 당사자인 자영업자들의 호응도 낮아 서울 소상공인 점포 66만 개 가운데 7%가량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한 달간 가맹점당 제로페이 결제 실적이 고작 4300원인 것이다.

서울 시내 곳곳을 제로페이 광고로 도배하고 가맹점 유치 수당까지 지급했는데도 이 정도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이미 광고 등에 30억 원의 추경예산을 집행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가맹점 모집 영업사원 고용에 29억 원을 썼다. 서울시와 중기부는 올해도 각각 38억 원, 60억 원의 홍보예산을 잡아 놨다.

제로페이는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명분 외에는 장점이 거의 없어 작년 12월 도입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가장 큰 메리트라는 소득공제 혜택은 체크카드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제로페이로만 연간 2500만 원을 써야 받을 수 있다. 이러니 “인기가 제로여서 제로페이”라는 얘기마저 나오는 것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고 제로페이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자 자영업자를 돕겠다고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를 봉으로 삼느냐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등 민간 사업자들이 경쟁하며 판을 키워 오던 결제시장에 정부가 직접 뛰어든 것도 모자라 언제까지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으며 제로페이 밀어주기에 목을 매고 있을 건가. 제로페이와 별개로 이미 각종 인하 조치로 카드 수수료가 내려갔고, 수수료가 싼 간편결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결제시장에서 발을 빼고 민간의 기술 혁신과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제로페이#자영업자#카드 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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