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보다 100달러 지폐가 더 많이 유통,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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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등 지하경제 돈세탁에 활용… 금융위기후 유통량 갑절로 늘어

미국 달러화 중 최고액권인 100달러(약 11만2600원)짜리 지폐가 1달러 지폐를 누르고 가장 많이 유통되는 화폐가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보도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2007년만 해도 전체 달러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유통량(5.7%)은 1달러(9.3%)나 20달러 지폐(6.1%)보다 적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100달러 지폐 유통량이 갑절로 늘었고 이제 1달러 지폐 유통량도 추월했다. 2017년 기준 화폐별 유통 순위는 100달러(12.5%), 1달러(12.1%), 20달러(9.2%) 순이다.

미국인들은 주머니에 평균 60달러를 갖고 있으며, 미국인의 약 30%는 1주일에 현금을 전혀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100달러 고액권이 인기를 끌까. 토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국제경제분석가는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이자에 대한 불안감, 다가올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미국 가계의 저축 수단, 지하경제의 수요 증가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금융행동태스크포스(FATF)에 따르면 연간 세계 돈세탁 규모는 최대 1조 달러에 이른다. 범죄자들이 마약거래 대금을 100달러 지폐로 바꾸고 진공 포장해 부피를 줄여 보관하기 때문. 유럽중앙은행(ECB)이 폐지하기로 한 500유로(약 63만7700원)짜리 지폐는 테러조직의 돈 세탁에 자주 쓰여 ‘(오사마) 빈 라덴 지폐’란 별명까지 붙었다.

이에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100달러 지폐의 폐지를 주장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WP에 “100달러 지폐가 탈세 및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달러#100달러#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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