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급증 송파구, 교통사고 사망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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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통사고 사망률
OECD 평균보다 낮지만, 보행자 사망률은 3배 높아
전문가 “시내 차 제한속도 낮추고 신호등 파란불 시간도 더 늘려야”

송파구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26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송파구 인구가 많으니 교통사고 사망자도 자연히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증가 폭이다. 2016년 송파구 교통사고 사망자는 14명으로 자치구 가운데 11번째로 많았다. 2년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49명(2017년 23명, 지난해 26명)이었고 이 가운데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29명(2017년 14명, 지난해 15명)이었다.

5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에는 만 65세 이상 인구 증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송파구의 교통사고 사망자 연평균 증가율은 36.3%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연평균 고령인구 증가율도 7.0%로 가장 컸다. 고령인구가 급증하거나 고령인구 가운데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많은 지역일수록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신체반응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교통안전교육도 덜 받은 고령인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연평균 증가율이 25.8%로 송파구 다음으로 높은 강남구는 같은 기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연평균 증가율이 73.2%였다. 자치구 중 1위다. 강남구는 고령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6년 0명에서 지난해 7.5명으로 증가했다. 자치구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서울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186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299명)의 62.2%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19.7%)의 3.2배다. 지난해 서울시의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1명으로 OECD 평균(5.5명)보다 오히려 낮은 것을 감안하면 보행자 교통사고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특히 서울시 고령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6.9명으로 OECD 평균(3.1명)의 2배를 넘었다. 고령인구와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간 상관관계가 입증된 셈이다.

이처럼 고령자가 보행 교통사고에 취약한 것은 먼저 교통체계 자체가 이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아서다. 지난해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자사의 2013∼2017년 횡단보도 사고 처리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는 녹색등이 켜진 후 출발하기까지 평균 2.8초가 걸렸다. 반면 13∼64세는 1.9초 걸렸다.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고령자는 3.3초로 더 느렸다. 평균 보행속도도 고령자 0.9초, 비(非)고령자 1.3초였다.

연구를 진행한 김태호 박사는 “교통약자를 배려해 늘어난 횡단보도 보행시간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대부분 적용되지만 노인보호구역은 일부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노인보호구역은 노인복지시설 인근밖에는 없는 형편이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가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지역은 52.6%가 전통시장 주변인데 이곳은 노인보호구역이 아니다.

고령자 보행 교통사고 원인을 보면 신호시간 부족(31.1%)에 이어 무단횡단(21.0%) 순이었다. 신호등 점멸신호 후에 횡단보도에 들어서거나 횡단보도 밖으로 건너는 등 보행자 과실이 큰 비율은 21.7%였다. 비고령자는 9.5%였다.

김임기 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장은 “고령자 보행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도심 차량 제한속도를 더 낮추고 보행신호 시간은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송파구#교통사고#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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