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여자부 출전 폄훼 사과” 나브라틸로바 “배제 의미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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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의 여자부 경기 출전 금지를 수차례 주장한 ‘테니스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3·사진)가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나브라틸로바는 지난달 18일 성전환 사이클 선수 레이철 매키넌이 지난해 10월 마스터스 트랙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대해 “정신 나간(insane) 반칙(cheating)”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논란이 휩싸이자 그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과격한 표현을 쓴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성전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나브라틸로바는 현역으로 활동하던 1980년대부터 “어렸을 때부터 근육을 단련한 남성은 골밀도가 높고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세포가 여성보다 더 많다. 성전환자는 남성의 근육과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여자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unfair)하며 성전환자의 여자 경기 출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주장은 일부 선수의 지지를 얻었지만 성전환을 한 선수들에게는 극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매키넌은 나브라틸로바의 의견에 지지하는 선수들에 대해 “혐오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여자테니스(WTA)투어 통산 단식 최다 우승 기록(167회) 보유자인 나브라틸로바도 성소수자로 유명하다. 동성애자인 그는 2014년 58세 나이로 자신의 여자친구 줄리아 레미고바(당시 42세)와 결혼했다. 2017년에는 여자 테니스의 전설인 마거릿 코트(77)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이 치러지는 경기장(마거릿 코트 아레나)에 그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과문에 성소수자에 관한 논문과 책의 인터넷 주소를 함께 올린 나브라틸로바는 “나는 정답을 알 수 없고,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편견과 선입관을 배제하고 민주적으로 논쟁과 토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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