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속도는 안 중요” 김정은 “시간이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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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회담장 불길했던 징후들
트럼프 “급하지 않다” 5차례 반복… 굳은 표정 두 정상 서로 안쳐다봐
확대회담 배석자 수 불균형 이례적… 美 ‘매파’ 볼턴 포함 3명, 北은 2명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서울=뉴시스】
“나는 급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옳은 거래를 하는 것이다.(I‘m in no rush. What’s important is that we do the right deal)”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을 앞둔 28일 오전 9시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No rush’(급하지 않다)를 5번 언급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우리에겐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속도가 다른 두 정상이 함께 손을 잡고 걸어 나올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었다.

회담 전 두 정상은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주먹을 쥐었다 펴고 깍지를 끼었다 푸는 행동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존경한다” “북한은 잠재력 있다”고 말하면서도 찌푸린 미간은 그대로 굳어있었다. 두 정상은 발언 내내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정면을 주시했다.

30여 분간의 단독회담에 이어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도 불길한 징조는 이어졌다. 기자회견 말미 김 위원장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질문을 계속하자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할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며 이례적으로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단독회담에서도 두 정상이 충분히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해야 할 이야기’가 남았다는 방증이었던 셈이다.

확대회담 때의 ‘수상한 배석’도 회담 결렬의 또 다른 징후였다. 통역관을 제외하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4명, 북한은 김 위원장 등 3명이 참석해 배석자 수를 맞추지 못한 것.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의 때와 달리 ‘대북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카운터파트는 없었다. 당시 볼턴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였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담에 배석했지만 맞은편에 앉지는 않은 것. 이를 두고 미국의 강경한 반응을 우려한 북측이 볼턴 보좌관의 발언 기회를 줄이려고 카운터파트를 맞추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싱가포르 때와 달리 김 위원장이 회담 전 외부활동을 최소화한 것도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시간에 쫓기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회담 전날 저녁 김 위원장이 호텔 인근을 산책하며 여유를 보인 것과 달리 하노이에선 1시간가량 북한대사관 방문 일정 외엔 외부활동을 줄여 협상 준비에 몰두했다.

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트럼프#김정은#핵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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