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 얼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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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채팅 로봇’ 이용해보니


“심심하다.” “심심하면 신한은행 상품몰에서 금융상품 쇼핑은 어떠세요?”

은행원과의 대화가 아니라 퇴근 후 자정이 다 된 시간 신한은행의 챗봇 ‘쏠메이트 오로라’와 나눈 대화다.

요새 금융권에서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바로 ‘챗봇’이다. 신한은행은 ‘감성’까지 입힌 챗봇이라며 ‘쏠메이트 오로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고, KB국민은행도 대화형 뱅킹서비스 ‘리브똑똑’에 디지털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다. 은행들의 챗봇 경쟁은 모바일과 문자 대화에 익숙한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의 대표 챗봇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이해도 등을 확인해 봤다.

○ 기초적 금융상담 가능… 일상 대화나 잡담도

이들 챗봇에 △정기예금 상품을 추천해줘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알려줘 △출장 때문에 환전을 해야 하는데 도와줘 △광화문 근처의 지점을 알려줘 등 공통 질문을 던져봤다. 카카오, 우리, 신한의 챗봇은 4가지 질문에 모두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알려줘’라는 요구에 바로 ‘최저 연 3.759%∼최고 연 6.715%이며 심사 결과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기준금리는 금융채 3개월 또는 1년 중 선택 가능’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금융채가 뭐지’라는 추가 질문에도 막힘없는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은행의 위비봇도 이해도가 높았다. 예금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바로 ‘iTOUCH 우리예금’ 등 3가지 상품과 금리를 각각 제시했고, 출장 때문에 환전해야 하는데 도와 달라고 하자 바로 무엇이 궁금하냐며 △환전 방법 △환율 조회 등 4가지 예시를 제공했다.

신한의 쏠메이트 오로라도 광화문 근처의 지점을 알려 달라고 하니 바로 지도에 지점을 표시해 보여주는 등 ‘똑똑한 면모’를 보였다. 오로라의 경우 금융과 연관되지 않은 일상적인 대화도 가능했다. “어디 사니?”라고 묻자 “전 고객님의 금융세상에서 살아요. 언제든 필요할 때 찾아오시면 제가 있을 거예요”라고 익살스럽게 응답했다. 신한은행 변해인 수석은 “고객들의 어투까지 분석해 말투를 적절히 바꾸고 친구같이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게끔 공을 들였다”며 “실제로 시나리오 작가들이 개발에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 일부는 가끔 ‘동문서답’

물론 일부 챗봇은 아직도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내놓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은행 챗봇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알려 달라고 했는데 “예금하실 여유자금이 얼마인가요?”, 광화문 근처 지점을 알려 달라는데 “금액을 정확하게 입력하라”고 답해 사실상 대화가 불가능했다.

아직 24시간 금융비서를 자처하기에는 2% 아쉬운 챗봇이지만 금융회사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챗봇을 통해 고객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학습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 똑똑해질 것”이라며 “지금은 금융거래를 도와주는 정도지만 더 고도화되면 고객의 성별, 연령대 등을 분석해 현재 비슷한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봇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불리는 미래 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들 세대는 대면 거래, 전화 상담보다 메신저를 익숙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세대”라며 “창구의 점원보다는 모바일뱅킹 속 ‘챗봇’이 이들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챗봇 대전(大戰)’은 앞으로 더 달아오를 조짐을 보인다. 금융당국이 25일 밝힌 대로 지금까지 폐쇄적이었던 결제망이 금융권에 개방되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핀테크 앱 하나로 전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자유롭게 송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가장 매력적인 은행이나 핀테크 앱 딱 한 가지만 선택할 공산이 크다.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챗봇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지원해야만 차별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챗봇#마이너스#대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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