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영-윤한희 “도시인들 지친 삶에 자연의 영감 심어주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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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피플 강진영-윤한희,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맹활약

도시, 공원, 착한 가게를 콘셉트로 한 ‘퀸마마마켓’을 운영하는 강진영(오른쪽), 윤한희 디자이너 부부. 프리랜서 사진작가 홍태식 씨 제공
도시, 공원, 착한 가게를 콘셉트로 한 ‘퀸마마마켓’을 운영하는 강진영(오른쪽), 윤한희 디자이너 부부. 프리랜서 사진작가 홍태식 씨 제공
강진영 디자이너
강진영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 브랜드 ‘오브제’로 1990년대 한국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강진영(56), 윤한희(56) 디자이너 부부. 오브제가 문을 연 뒤 서울 강남 가로수길은 한국 패션의 중심지로 급부상했고, 미국과 중국에서도 K패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생명이 짧은 패션업계에서 그들이 만든 옷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았다. 2009년 SK네트웍스에 오브제를 넘기고 패션계를 떠났던 그들은 2015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에 ‘퀸마마마켓’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로 변신했다. ‘퀸마마마켓’은 최소한만 찍어낸 책, 반려식물과 모종삽, 지구에 덜 해로운 비누 등을 판매한다. 유행을 만드는 핫 플레이스라기보다 특정한 삶의 태도를 지시하는 이름이고,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샘물 같은 곳이다. 강남에 이어 조만간 강북에도 ‘퀸마마마켓’ 2, 3호점을 내겠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패션 브랜드 ‘오브제’로 한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패션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퀸마마마켓’에서 식물과 책을 판다. 이건 ‘안티 패션’ 아닌가.

“지금 우리가 파는 건 ‘어번’, ‘그린’, ‘라이프스타일’이다. 도시, 공원, 착한 가게가 콘셉트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도시에 살지만 자연이 주는 영감을 제공하고 싶다.”

―비싼 땅에서 ‘유기 식물’을 분양하고, 커피를 3000원에 팔아 얼마나 유지될까 싶었는데 3년이 넘었다.

“커피는 4000원이 됐지만 여전히 최저가 수준이다. 처음부터 이곳은 물건이 아니라 큰 창문으로 보이는 햇빛과 공원의 매일매일의 변화와 자연의 가치를 파는 곳을 구상했다. 다들 안 될 거라 했지만 우리 소비자가 점점 많아진다. 이제 자신감을 얻어 강북에 두 개의 ‘퀸마마마켓’을 더 열 계획이다.”

윤한희 디자이너
윤한희 디자이너
―‘퀸마마마켓’이 문을 열었을 때 패션계가 흥분했었다. 패션 피플 중 왕년에 ‘오브제’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왜 옷을 하지 않나.

“오픈 때 강진영의 옷을 선보였다. 반응이 괜찮았다. 그런데 괜찮은 옷을 하고 싶진 않았다. 꼭 필요한 옷이 나올 때까지 옷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동안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코넬대 박사과정에 들어갔다가 패션과 공부에서 탈출해 1년 가까이 여행을 했다. 윤한희는 여행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강) “패션을 벗어나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윤)

―무엇이 있던가.

“삶이 있었다. 골목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린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하지 않았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이렇게 저렇게 맞춰 한 게 없었다. 우리 마음에 와 닿는 것만 했다. 그게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엘리트 모범생은, 예를 들면 서울대 나온 학자나 경영자는 인생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는 능하지만 완전히 뒤집진 못할 거다. 나 같은 사람은 직접 부딪쳐서 내가 경험한 것을 믿고 내 삶을 바꾼다.”

―‘하니와이’의 뉴욕에서의 성공, 미국패션그룹협회의 신인상 수상, 대기업과 합병과 결별 등 디자이너로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 경험한 것 같다. 아쉬운 게 있다면….

“‘하니와이’가 뉴욕에서 아주 성공적이었는데, 한국의 비즈니스였던 오브제 때문에 더 유지할 수 없었던 것.”

―지금 한국 패션에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 사람들은 패션이 아니라 컬처를 입는다. 후배들이 남들이 안 하는 걸 극단으로 밀고 갔으면 좋겠다. 그게 스케이트보드거나 힙합이거나 환경 또는 사회주의적 공유일 수도 있다. 단, 완전히 자신의 문화여야 한다.”(윤)

“잘하는 패션 디자이너 20명이 아니라 아주 다른 디자이너 2명이 필요하다.”(강)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가 된 두 사람이 조언을 한다면.

“크리에이터로서 우리의 삶을 요약하면 ‘꿈과 도전’이다. 기성세대들의 조언, 관습, 예상과 싸워야 한다. 우리도 여전히 ‘이건 안 팔린다’ ‘공간은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과 싸운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문가보다 똑똑하다. 그래서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게 아쉽다. 친구들,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꿈을 봐야 한다고.”

김민경 여성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오브제#강진영#윤한희#퀸마마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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