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어서오라, 역경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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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신디 로퍼의 ‘True Colors’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봄이 벌써 코앞에 와 있습니다. 입학, 졸업, 재수, 취직, 이직, 은퇴. 변화의 시기입니다. 지구는 인정사정없이 돌고 이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고, 아직 준비도 안 됐지만 그래도 우린 허겁지겁 쫓아가며 적응해야 합니다. 힘들죠?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지만, 단지 적응만 한다면 삶에서 우리의 선택권은 매우 좁아집니다. 피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이왕이면 적극적으로 변화의 파도를 타고 삶을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하겠죠. 그래야 우리가 살고 싶은 쪽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면 변화된 현실에 부합하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필요조건은 지혜와 용기, 그리고 한 번뿐인 삶을 잘 살아보겠다는 열정입니다. 삶이 순조로울 때엔 누구나 지혜와 용기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진면모는 역경을 겪을 때 드러납니다.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자만이 역경 속에서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죠. 오늘 소개하는,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던 야생녀 신디 로퍼도 어린 시절 원치 않았던 변화와 고통을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True colors’는 자신에게, 자신을 닮은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노래죠.

‘슬픈 눈을 가진 아이야, 나도 알아. 이 세상은 너를 압도하고 네 안의 어둠은 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지. 하지만 너는 너만의 진실되고 진정한 색깔을 가지고 있어. 너의 그 아름다운 색깔을 이 세상에 보여 줘. 두려워 마. 내가 너의 곁에 있잖아. 너의 그 환한 빛으로 이 세상을 밝혀.’

삶에 대한 열정은 이 노랫말처럼 자신을 사랑해주는 중요한 사람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혹은 진심으로 존경하는 누군가처럼 되기 위해, 아니면 나를 무시했던 누군가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하거나 나를 가해했던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관계에서 태어나 노력으로 여무는 것이죠.

좋은 관계에서 비롯된 열정은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 줍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행복이 목표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그래서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죠. 반면 나쁜 관계에서 생긴 열정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의 노력의 결과는 우리가 원했던 것보다 늘 한참 부족하니까요. 삶의 열정과 행복을 원한다면 먼저 누군가와 깊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변화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땅 짚고 헤엄칠 수 있는 행운은 극소수의 것이죠. 위험은 기회와 가능성이고 실패는 경험과 교훈입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죠.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실패에서 배우고,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찾아내 잘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연마하고 강화시켜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혜와 용기는 더 발달될 것이고, 우리는 성숙하고 유연하고 부드러워질 것이고, 거듭되는 변화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지키고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죠. 하지만 진정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소중한 누군가가 꼭 필요하죠. 또 다른 변화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디 로퍼#true col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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