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회담 열리기도 전에 3차 예고…“제재 풀려면 北 뭔가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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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트럼프 “김정은 만남 마지막 아닐것”

비건-김혁철 하노이서 4시간 30분 첫 협상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21일 저녁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 실무회담 뒤 현지 미대사관을 찾았다가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파르크 호텔’로 돌아오고 있다(왼쪽 사진). 앞서 이날 낮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실무회담을 위해 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양 대표는 이날 4시간 반 동안 하노이 첫 회동을 가졌다. 하노이=뉴시스
비건-김혁철 하노이서 4시간 30분 첫 협상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21일 저녁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 실무회담 뒤 현지 미대사관을 찾았다가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파르크 호텔’로 돌아오고 있다(왼쪽 사진). 앞서 이날 낮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실무회담을 위해 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양 대표는 이날 4시간 반 동안 하노이 첫 회동을 가졌다. 하노이=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예정된 2차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추가 정상회담을 거론한 것을 두고 이번 2차 정상회담은 비핵화 의제가 사라진 ‘노(No) 비핵화’ 회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동안 많은 진전을 이뤄냈지만 이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추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가 전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한자리에서 무려 5번 반복하는 등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직후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괄목할 만한 비핵화 성과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연이어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조야가 요구해 온 수준의 비핵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에 차기 회담으로 공을 넘기면서 빠져나갈 명분을 쌓고 있다는 취지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대통령이 증가하는 압박을 낮추기 위해 공식발언 기회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이행에 대한 ‘상응 조치’ 대신 선(先)제재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변하지 않는 태도로 볼 때 정상 간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톱다운(Top-Down) 방식 회담이 자칫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일정을 너무 일찍 잡은 데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한때 효과적이던 압박 전술이 약화됐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합법화해 주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없이 평화협정 체결 및 주한미군 철수를 하면 안 된다’는 참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3차 정상회담을 이어갈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감추지 않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공세가 거세질 전망인 데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21일부터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비핵화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언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 언급이 회담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비핵화가 TV 코드를 뽑듯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긴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각 단계별로 후속 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하노이 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및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후속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문병기 기자
#2차회담#북-미 비핵화 협상#김정은#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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