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기대치 낮추는 트럼프… “급하게 진행할 시간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상회담 코앞 이례적 속도조절론
이번엔 FFVD 합의 어렵다고 본듯… 일각선 “여유 과시해 北 압박” 분석

트럼프 ‘우주군 창설’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주군 창설 관련 ‘우주정책명령 4호’에 서명한 뒤 펜을 폴 셀바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우주군 창설’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주군 창설 관련 ‘우주정책명령 4호’에 서명한 뒤 펜을 폴 셀바 합동참모본부 차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서두를 것 없다(We are in no rush).”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이 말을 5차례나 반복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속도조절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회담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급한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궁극적으로(ultimately)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말도 연속으로 4번 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어쨌든 나는 그렇게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언론들이 속도, 속도, 속도를 말하고 싶어 한다”며 “어쨌든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까지 내놓았던 낙관적 발언들과 비교하면 많이 후퇴한 것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하며 성과 기대치를 낮추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완강하게 버텼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시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강조함으로써 빠른 제재 완화를 요구해 온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회담의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남북경협을 언급한 내용은 하나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해 한미 정상이 중점을 두고 있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가 이번 하노이 회담의 공동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 재개가 가능한 수준의 제재 완화 조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해온 ‘상응 조치’에 제재 완화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우리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차 북미 정상회담#비핵화#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