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폴란드 또 ‘홀로코스트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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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폴란드인들 나치 협력”
폴란드 총리, 예루살렘 회의 불참 “절대 용납 못해… 진실 위해 싸울것”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反)이란 국제회의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왼쪽)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눈을 맞추고 있다.바르샤바=AP 뉴시스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反)이란 국제회의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왼쪽)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눈을 맞추고 있다.바르샤바=AP 뉴시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릴 예정이던 비셰그라드 4국(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정상회담에 불참했다. 회담 개최국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 당시 일부 폴란드인이 동참했다”고 언급한 데 따른 항의 표시였다.

AP통신은 이날 “비셰그라드 4국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홀로코스트에 많은 폴란드인이 협력했으며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언급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반발해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한다. 미국 뉴욕 홀로코스트 추모관 기록에 따르면 나치가 학살한 유대인 600만 명 중 300만 명 이상이 폴란드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폴란드와 이스라엘의 갈등은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反)이란 국제회의에 참석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폴란드인이 나치에 협력했다”고 말해 폴란드 민심을 자극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 대행도 18일 자신을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이라며 “폴란드인은 나치와 협력해 유대인 학살에 참여했고, 이 때문에 폴란드는 유대인의 가장 큰 묘지가 됐다”고 거들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곧바로 “이스라엘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이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역사적 진실과 폴란드의 명예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정상은 비셰그라드 정상회담 대신 네타냐후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진행해야 했다.

폴란드와 이스라엘의 마찰이 처음은 아니다. 나치가 폴란드에 설치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탓에 폴란드가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다는 오해를 받았고 국가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게 폴란드의 인식이다. 이스라엘은 폴란드 주민들이 유대인을 살해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위해 갈취하거나 협박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해 초 ‘폴란드가 유대인 학살에 관여했다’라고 비난하면 내·외국인에 상관없이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게 한 폴란드의 ‘나치 부역 부정법’을 두고도 양국은 갈등했다. 당시 폴란드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발에 징역형 조항을 삭제했다.

AP통신과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4월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표심을 결집시키려고 ‘폴란드 카드’를 꺼냈다”고 분석했다. 비셰그라드 정상회담을 예루살렘에서 개최해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보다 ‘유대인 학살’, ‘나치’를 언급해 민족주의자들을 결집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스라엘#폴란드#홀로코스트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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