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센 화웨이 압박에… 엇갈리는 국내 기업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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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주인공 자리를 노리는 화웨이가 5세대(5G) 이동통신 보안 이슈를 앞세운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수세에 몰렸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다음 달 5G용 스마트폰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5G 경쟁에 나서는 국내 통신사들의 글로벌 우군 확보 셈법도 복잡해졌다.


○ ‘반화웨이 사절단’ 보내는 미국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차기 전략폰 ‘갤럭시 S10’의 언팩 행사를 MWC가 아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기로 하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반(反)화웨이 동맹’ 규합에 나선 미국의 공세에 암초를 만났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일본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이 가능한 백도어(보안구멍)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정부 기관 도입을 금지했다.

최근 미국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MWC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 유럽, 아시아 등 동맹국들을 포함한 세계 통신사업자들을 상대로 ‘화웨이 보이콧’을 독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절단에는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과 마니샤 싱 국무부 경제차관 등 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유럽을 순방하며 “화웨이 장비를 쓰는 곳과 제휴하기 어렵다”고 경고한 데 이어 고든 선덜랜드 주유럽연합(EU) 미국대사도 “보안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중국 기술을 받아들이려 하는 이들은 미국을 상대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화웨이 진영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화웨이 보이콧에 참여하는 업체는 늘어나고 있다.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호주 등 미국 동맹국을 중심으로 정부나 주요 통신사가 화웨이산 장비 배제를 선언했다. 화웨이는 보안 이슈에 정면대응하기보다 기술력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이번 MWC 기조연설 등에서 보안 문제를 따로 언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WC 현장을 찾은 미국 정부 관계자와 불필요한 대립 구도를 피하고 기술 홍보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MWC 사전 브리핑에서는 첨단 5G 기지국용 칩셋과 5G 폴더블폰 공개를 예고했다.


○ 화웨이산 도입 저울질하는 통신사들 ‘난감’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는 점점 강해지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3년 롱텀에볼루션(LTE)망을 깔 때 화웨이 장비를 설치한 LG유플러스는 5G망에도 화웨이와 손을 잡았다. 5G 초기는 4G와 혼용모드(NSA)여서 기존 LTE 장비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게 품질 유지에 더 낫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이달 말 구축을 완료하는 1만2000여 개의 5G 기지국 가운데 대다수가 화웨이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보안 검증을 받고 있다”며 정보 유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막아달라는 게시글이 오르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4G에 이어 5G도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손 등 3사 장비를 선택한 SK텔레콤과 KT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5G 구동 방식이 NSA에서 단독표준(SA)으로 진화하는 2020년 이후에는 가성비와 기술력이 좋은 화웨이산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5G 핵심 주파수인 3.5GHz(기가헤르츠) 대역에서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앞서고 가격도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통신장비 점유율 반등을 노리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화웨이 전선 확대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기준 글로벌 LTE 장비 점유율은 화웨이가 28%로 삼성전자(3%)의 9배가 넘는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5G장비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김재형 monami@donga.com·신동진 기자
#미국#화웨이#삼성#lg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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