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그곳부터 스피크이지 바까지” 홍콩술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5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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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이포에 있는 대표적인 다이파이동 ‘오이만상’.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홍콩편’에 등장해 한국의 여행 힙스터들이 주목하는 업소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삼수이포에 있는 대표적인 다이파이동 ‘오이만상’.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홍콩편’에 등장해 한국의 여행 힙스터들이 주목하는 업소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홍콩 5대 다이파이동, 오이만상
숨겨진 가게 찾는 재미, 룸 309
극강 가성비와 맛, 차찬탱 취화


홍콩은 쇼핑과 시티투어로 즐거운 낮 못지않게 나이트라이프도 명성이 높은 관광지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도심 속에는 톡톡 튀는 감각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바부터 지역민의 일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다이파이동까지 고르는 재미의 명소들이 즐비하다. 모처럼 이국의 여행지에서 기분좋게 술 한잔을 즐기고 싶다면 홍콩은 최고의 선택지다. 색다른 분위기의 가게들을 순례하며 즐기는 홍콩 바 호핑에 딱 좋은 개성만점의 술집을 정리했다.

● 백종원이 극찬한 명소, 오이만상

‘다이파이동’이란 노천식당을 말하는 광둥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홍콩식 포장마차라고 할 수 있다. 세련된 미식 공간이 넘쳐나는 홍콩에서 서민들의 일상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푸근한 느낌의 곳이다. 위생과 화재 등의 문제로 인해 수가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몇몇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다이파이동으로는 밤문화의 명소 란콰이퐁에 있는 신흥유엔이 있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아침 해장에 좋은 ‘토마토 국수’로 인기 높은 곳이다. 신흥유엔을 이미 가봤거나, 아침부터 정오 무렵까지만 장사하는 영업시간을 맞출 자신이 없다면 아예 느긋하게 저녁 때 방문할 수 있는 삼수이포의 오이만상(Oi Man Sang)을 추천한다.

195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오이만상은 흔히 ‘홍콩 5대 다이파이동’으로 불린다. 아시아 거리음식을 소개했던 미식 프로그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진행자 백종원이 맥주와 음식을 즐겼던 바로 그곳이다. 요리도 맛있지만, 백종원이 방송에서 말한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한다”는 표현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자리는 좁고 불편하지만 홍콩의 도심 골목에서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맥주와 음식을 즐기는 재미는 남다르다.

추천요리는 단연 백종원이 주문했던 마늘 플레이크를 듬뿍 넣은 게 볶음과 쇠고기 간장 볶음. 1인당 60~130홍콩달러(약 8600~1만8700원) 정도의 예산을 생각하면 된다.

위쪽 사진은 센트럴에 있는 부티크 호텔 더 포팅거의 스피크이지 바 ‘룸 309’ 내부 전경. 1층에 객실 6개밖에 없는 호텔의 ‘309호실’이란 콘셉트가 기발하다. 아래쪽 사진은 룸 309의 시그니처 칵테일들. ‘보이지 않는 바’라는 가게 콘셉트를 상징하듯 모든 칵테일을 투명하게 변주한 것이 이채롭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위쪽 사진은 센트럴에 있는 부티크 호텔 더 포팅거의 스피크이지 바 ‘룸 309’ 내부 전경. 1층에 객실 6개밖에 없는 호텔의 ‘309호실’이란 콘셉트가 기발하다. 아래쪽 사진은 룸 309의 시그니처 칵테일들. ‘보이지 않는 바’라는 가게 콘셉트를 상징하듯 모든 칵테일을 투명하게 변주한 것이 이채롭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부티크 호텔의 스피크이지 바, 룸 309

‘룸 309’는 홍콩 센트럴의 부티크 호텔 더 포팅거에 있는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다. 스피크이지 바는 원래는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절 몰래 술을 팔던 무허가 주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간판이 없고 가게 입구도 외부에서 쉽게 찾지 못하도록 숨긴 스타일의 바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강남의 르 챔버, 앨리스 청담, 포시즌스호텔서울의 찰스 H. 바 등이 알려져 있다.

스피크이지 바의 매력은 얼마나 기발하게, 은밀하게 바를 숨겼는지 체험하는 재미다. 더 포팅거 호텔의 룸 309는 일명 ‘존재하지 않는 바’로 불린다. 더 포팅거 호텔은 한 층에 객실이 6개 뿐이어서 309호가 존재할 수가 없다. 룸 309는 호텔 복도 한쪽 정체 모를 철문 뒤에 있다. 호텔의 또 다른 바 엔보이(Envoy)에서 카드키를 받아야 룸 309로 들어갈 수 있다. 철문을 열면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실내가 나타나고, 독특한 콘셉트만큼 기발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룸 309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모두 투명하다. 진토닉은 물론이고 피나콜라다, 올드 패션드 같은 색이 짙은 칵테일까지도 투명하게 변주했다. 바의 이름부터 칵테일 레시피까지 홍콩 최고의 바텐더로 불리는 안토니오 라이의 작품이라고 한다.

‘Tap 더 에일 프로젝트’는 지역민부터 해외에서 성지순례차 찾아오는 맥주 마니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어울리는 펍 스타일의 수제맥주 전문점이다. 아래쪽 사진은 Tap 더 에일 프로젝트의 맥주 플래터. 작은 와인잔에 담아 이곳의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Tap 더 에일 프로젝트’는 지역민부터 해외에서 성지순례차 찾아오는 맥주 마니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어울리는 펍 스타일의 수제맥주 전문점이다. 아래쪽 사진은 Tap 더 에일 프로젝트의 맥주 플래터. 작은 와인잔에 담아 이곳의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오미자 에일의 유혹, tap 더 에일 프로젝트

구룡반도의 몽콕 지역 번화가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에 있다. 맥주 애호가부터 색다른 문화를 즐기는 힙스터, 지역 주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펍이다. 복장도 자유로워서 반바지나 슬리퍼도 상관없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홍콩산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사천 후추를 사용한 흑맥주(스타우트)부터 오미자로 맛을 낸 에일에 이르기까지 고정관념을 깬 기발한 맥주를 만날 수 있다. 작은 잔에 담아 세 가지 맥주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맥주 플래터가 이런 특징을 즐기는 데 좋다. 안주 역시 아시아 전통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샌드위치와 거위알 노른자 크러스트를 올린 감자튀김 등 범상치 않은 상상력의 요리들이다.

약국 콘셉트의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인 ‘닥터 펀즈 진 팔러’. 아래쪽 사진은 닥터 펀즈 진 팔러의 주력 메뉴인 진 토닉. 유기농 농장에서 가져온 다양한 가니시로 장식한 것이 특색이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약국 콘셉트의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인 ‘닥터 펀즈 진 팔러’. 아래쪽 사진은 닥터 펀즈 진 팔러의 주력 메뉴인 진 토닉. 유기농 농장에서 가져온 다양한 가니시로 장식한 것이 특색이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멋진 스토리에 취한다, 닥터 펀즈 진 팔러

MTR 센트럴 역에서 랜드마크쪽 쇼핑몰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닥터 펀의 진료실’이란 간판이 붙은 두 개의 문이 보인다. 이름과 달리 약국을 콘셉트로 삼은 카페 겸 술집이다.

‘닥터 펀즈 진 팔러’의 메인 아이템은 진이다. 250여종의 프리미엄 진을 갖추고 독창적인 진토닉 메뉴를 자랑한다. 바 분위기에 걸맞게 진을 테마로 그럴싸한 스토리까지 만들었다. 식물학 전문가인 닥터 펀이 방문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특별 처방전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가게 명칭이나 스토리텔링에 맞춰 바텐더와 서버는 약사처럼 새하얀 가운을 입었고, 고풍스러운 약장과 녹색 식물로 실내를 꾸몄다.

진토닉은 좁고 긴 글라스에 오렌지껍질, 딸기, 식용 꽃 등 다양한 가니시를 곁들여 나온다. 모두 홍콩의 유기농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낮에 판매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나무를 그대로 베어 만든 것 같은 독특한 플레이트 위에 굴 크림과 캐비어 등 럭셔리한 스낵을 가득 올린 것으로 인기가 높다.

높은 가성비와 평균 이상의 맛을 가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홍콩식 종합분식점인 차찬탱의 대표적인 체인 레스토랑 ‘취화’의 음식.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높은 가성비와 평균 이상의 맛을 가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홍콩식 종합분식점인 차찬탱의 대표적인 체인 레스토랑 ‘취화’의 음식. 사진제공|홍콩관광청

● 마지막 해장은 이곳, 차찬탱 취화

란콰이펑의 웰링턴 스트리트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차찬탱, 취화 레스토랑이 있다. 차찬탱은 차와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홍콩식 분식집이다. 취화 레스토랑은 체인점인데 메뉴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고 가성비가 탁월해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완탕면, 참깨 소스를 뿌린 토마토 샐러드, 간단한 파스타, 피시볼 수프, 다양한 토핑을 올린 국수, 햄과 치즈를 끼운 토스트까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음식이 있는데, 저렴한 가격과 많은 메뉴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고르게 유지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굳이 웰링턴 스트리트의 매장이 아니더라도 홍콩여행 도중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 가까운 취화 분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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