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 자세 안 바뀌면 규제혁신 불가능’ 경고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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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소극행정 질타

“논란만 반복해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반발에 이같이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계기로 규제혁신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을 강조한 것. 특히 문 대통령은 소극적인 규제행정을 질타하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에 나설 수 있도록 직접 챙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1만6000여 건의 행정규칙 속에 숨어 있는 규제를 전면 재정비하도록 지시했다.


심각한 표정의 장관들 12일 청와대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거나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심각한 표정의 장관들 12일 청와대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거나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文 “장관들 책임지고 규제행정 챙겨라”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솔직히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인지 안타깝게 여겨졌다”고 토로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샌드박스 적용 1호 사업들로 승인한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4곳 설치와 유전자 분석 맞춤형 질병검사 등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려고만 했다면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했던 사업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우리 기업이 수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기업이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는 문제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장관 책임 하에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을 문책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모두 규제 혁신을 얘기해왔지만 소극 행정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 활용에 대해선 “기업의 신청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기업의 신청을 독려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청 기업에 한해 건건이 심사해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 대신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업을 정해 규제를 풀어주라는 얘기다.


○ 숨은 규제 행정규칙도 전면 재정비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1만6000여 개에 달하는 각 부처의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 행정규칙에 대해서도 규제의 측면에서 정비할 부분이 없는지 전반적인 검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들의 숨은 ‘규제 밥그릇’으로 꼽히는 행정규칙에 대해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것. 이는 지난달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규제혁신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감안한 반응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행정규칙 재정비는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했지만 오히려 1만여 건(이명박 정부)에서 1만4000여 건(박근혜 정부), 1만6000여 건으로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훈령, 예규, 고시, 지침 등을 통해 수시로 법률 시행 방안을 정하고 있어 행정규칙을 건별로 개선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무원들의 자의적 재량권이 큰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규칙을 모두 정비하기보다 공무원들이 행정규칙을 민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면 규제 개선의 효과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이 전년보다 6계단 상승한 45위로 나타난 것에 대해 “역대 최고 점수로 적폐청산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한 것”이라며 “이 추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문재인대통령#규제혁신#국제투명성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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