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바닥난 伊포퓰리즘 정권, 중앙은행 보유한 金까지 손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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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지지율 바탕 잇단 금기깨기

이탈리아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연립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까지 사용할 뜻을 밝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반(反)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이 손잡은 현 연정은 지난해 3월 복지 확대와 감세를 주창하며 집권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동맹당 대표는 11일 수도 로마에서 ‘정부가 내년 부가가치세 인상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한 이탈리아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며 “중앙은행의 금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탈리아 국민의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게다가 살비니의 측근 클라우디오 보르기 동맹당 의원은 이미 금 보유고의 최종 소유자를 중앙은행에서 국가로 이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452t이었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다.

오성운동 창립자 베페 그릴로 역시 지난해 9월 “국가가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금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쓸 돈이 없다는 지겨운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은 금목걸이를 팔 수 있는데 국가는 왜 그럴 수 없느냐”고도 반문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현재 130%로 서유럽 최고 수준. 이 와중에 집권당이 정부 재정의 마지막 보루인 중앙은행의 금에까지 손대면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국가재정이 더 나빠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이 막무가내식 주장이 먹히는 이유는 기성 정치체제와 경제난에 지친 민심이 이들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 60%가 “현 정부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높은 지지율에 힘입은 현 정권의 선심성 정책 또한 날로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집권 연정은 최근 저소득층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연금수령 연령을 낮추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담은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살비니 부총리는 또한 “금융권 부실의 책임은 중앙은행 지도부에 있다”며 여러 차례 주창했던 중앙은행 폐지론을 다시 꺼냈다.

현 연정은 유럽연합(EU)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탈리아는 유럽을 뒤흔들기를 원한다. 오래되고 낡은 EU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의 이민정책 및 경제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주창했다.

엘리사베타 트렌타 국방장관은 13일부터 시작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앞두고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했다. 트렌타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사이버 안보 및 에너지 인프라 보호 비용도 방위비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센 방위비 인상 요구에 직면한 나토는 최근 회원국들을 향해 방위비를 각국 GDP의 2%까지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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