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럼프 대항마”… 민주당 女의원들 잇단 대선 도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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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이어 클로버샤 출사표
사모아계 아프리카계 인디언혈통… 후보들 인종적 특성도 다양
트럼프 “상대 안돼” 연일 독설
“트럼프, 2020년 자유의 몸 아닐수도”… 워런, 트럼프 공격에 즉각 반격


“광부의 손녀, 교사와 언론인의 딸, 미네소타주 첫 여성 상원의원으로서 대선 출마를 선언합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미국 상원의원(59·미네소타)은 10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지지자들에게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온건한 중도 성향의 클로버샤 의원은 이날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며 ‘환경 대통령’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 여성 의원은 5명으로 늘었다. 공식 출마 선언 기준으로는 지난달 16일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53·뉴욕)이 최초로 출사표를 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5·캘리포니아),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38·하와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0·매사추세츠),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뒤따랐다.

후보들의 인종적, 민족적 특성도 다양하다. 개버드 의원은 사모아계 겸 힌두계 최초의 여성 하원의원이다. 자메이카계 부친과 인도계 어머니를 둔 해리스 의원은 아프리카계 혈통이 섞인 여성 최초로 대통령을 꿈꾼다. 워런 의원은 아메리칸인디언 혈통을 주장하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남성 후보들을 물리친다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이어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여성 후보가 맞붙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 등 성추문 논란이 있는 후보들을 지지해 여성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지 100년이 되는 2020년에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여풍(女風)’을 예상하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하원에서 102명, 상원에서 25명의 여성이 의사당에 진출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CNN은 “대선이 632일 남았지만 트럼프의 재선에 매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강력한 민주당 여성들이 트럼프의 ‘크립토나이트’(영화에서 슈퍼맨을 꼼짝 못하게 만든 광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협하는 민주당 여성 후보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질리브랜드 의원에 대해서는 ‘경량급’이라고 깎아내리고 “내 사무실에 와서 선거자금을 구걸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눈보라 치는 날 대선 출마를 발표한 클로버샤 의원에 대해 “타이밍이 나빴다. 연설 말미에 눈사람(여성)처럼 보였다”고 트위터에서 조롱했다. 워런 의원에 대해서는 전날 “미국의 첫 아메리카 원주민 대선 후보로 레이스를 펼칠지 ‘캠페인 트레일(Trail)’에서 보자”고 비꼬았다. 이 발언은 1830년대 연방정부의 강제 이주 과정에서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숨을 거둔 ‘눈물의 트레일(Trail of Tears)’을 떠올리게 해 논란을 일으켰다. 워런 의원은 아이오와주 유세장에서 “2020년에 그(트럼프 대통령)는 자유의 몸이 아닐 수 있다”며 즉각 반격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방식대로 (여성 후보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2018년 중간선거보다 더 많은 여성 표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트럼프#미국#대선#민주당#여성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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