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내주 ‘하노이 실무회담’…시한 촉박, 양측 반전 카드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1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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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가 다음주 ‘아시아 제3국’에서 3차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핵화의 디테일을 조율할 이번 회담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북·미가 17일 시작되는 주에 아시아의 제3국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인 북한의 김혁철 특별대표가 북·미 정상회담 예정지인 하노이에서 3차 실무협상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일주일간의 서울·평양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9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가 방북 협의 결과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하고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 협상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대표가 평양회담을 바치고 남측으로 돌아온 다음 날인 9일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하노이로 확정되면서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까지 추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이행 조치와 상응조치를 두고 본격적인 샅바 싸움을 벌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주말 강경화 외교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이 ‘생산적’, ‘건설적’이었다고 표현했고 여야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선 ‘협상이 아니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이번 평양 실무회담의 분위기는 좋았고 생산적이었고 협의를 위한 좋은 토대는 마련된 것은 맞다”면서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북미간 심도있는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큰 틀의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고 받을지에 관한 합의는 이르지 못해 산적한 어려운 의제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비핵화 디테일의 접점을 찾을 3차 실무회담이 27~28일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건 대표가 추가 협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은 내용적 측면에서 아직 양측이 좁혀야 할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북미 간 3차 실무회담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실무회담에서 비건 대표는 김혁철 대표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전반에 대한 의제를 테이블에 꺼내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는 당초 ‘영변+α(플러스 알파)’ 즉 북한의 포괄적 핵 신고까지 포함하는 비핵화 조치를 협상의 목표로 삼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상응 조치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관건은 영변 핵 폐기에 대응해 비건 대표가 제시한 상응조치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제재완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평양 실무회담 이후 선전매체들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재차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측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영변·동창리 시설 폐기와 함께 ‘전향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경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의 재개 허용 등으로 유연성을 발휘해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다음 주 속개되는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측은 베트남 공동선언에 담을 내용을 채우기 위해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 좁히기, 합의 문안과 문구를 정교하게 그려내는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미 외교가에선 북·미 2차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이 약 보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아 알맹이 없는 합의란 비판을 받은 지난해 1차 정상회담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신 센터장은 “날짜와 장소가 이미 발표됐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시간이 갈수록 유리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북한이 합의는 나중에 하면서 미측의 양보를 얻어내거나 극적인 반전을 거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현재 협상은 (북한의) 예상 경로대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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