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고임금에 속병… 한국 車산업, 글로벌 경쟁서 뒤처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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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車생산량 3년 연속 후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2013년만 해도 가동률이 50%를 밑돌았다. 이듬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르노그룹이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생산을 부산 공장에 맡겼기 때문이다. 생산량은 26만 대 이상으로 치솟아 가동률이 100%에 가까워졌다. 르노삼성은 당시 “노사 합심으로 생산성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은 올해 9월 완료된다.

하지만 르노그룹은 최근 르노삼성에 ‘재계약이 없을 수 있다’는 경고를 던졌다.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자 “파업이 계속되면 신차 배정 협상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총파업 등 장기전으로 강경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이 신차 배정에 실패하면 공장 가동률은 다시 절반으로 떨어진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3년 연속 후진한 것은 르노삼성 사례처럼 글로벌 공장 간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내 5대 완성차업체 중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3곳은 모두 외국계 기업이 모회사다. 한국 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다른 글로벌 공장으로 물량을 배정할 수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가동률이 20%까지 떨어졌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이 이 사례다. 대표적 수출품목인 자동차 생산량 저하는 한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수요 위축과 무역분쟁, 패러다임 변화로 이미 혼란기에 있다. 10대 자동차 생산국 전체 생산 대수는 9850만4000대로 2017년(9875만1000대)보다 0.3%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량 하락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크고 장기라는 게 문제다. 10대 생산국 중 한국만 3년 연속 하락했고, 수출 대수는 6년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등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독일을 제외하고 미국(2위), 일본(3위), 인도(5위), 멕시코(6위)는 모두 생산량이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생산량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협회는 국내 완성차 평균 인건비 비중이 12∼13%대로 도요타(7.8%) 폴크스바겐(9.5%)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꾸준히 생산량이 늘고 있다는 게 협회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완성차업체가 자동차 공장을 지은 것은 1998년 르노삼성 부산 공장 이후 전무하다. 현대자동차도 1996년 아산공장 이후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로 광주시가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반값 인건비’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임금 구조로는 해외 공장과의 경쟁이 힘들다는 점을 노동자들도 알아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달리 2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 등 주요 업체들의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으로 2017년, 2018년 연속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은 임금을 포함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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