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골 도서관,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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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전기노조 난방파업 나흘째… 커뮤니티 글 42개 중 31개 비판적
일부 학생들은 “파업 지지” 대자보… 노조-대학측 11일 협상 재개

1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을 나서는 승정선 씨(25·여)의 양손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공인 영어시험 준비를 하는 승 씨는 이날 도서관을 찾았다가 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담요와 목도리로 온몸을 꽁꽁 싸매도 냉기가 패딩점퍼 안으로 스며들었다고 한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9도였다.

이날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인 이 대학 기계·전기분회 소속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도서관과 행정관, 공과대학의 기계실 등을 점거하고 건물 난방을 끊은 지 나흘째 되는 날이었다. 용역회사 소속에서 지난해 3월 서울대 무기계약직이 된 이들은 행정직, 사무직과 비교할 때 수당과 성과급, 복지포인트 등에서 여전히 차별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난방 중단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난방 중단 이후 4일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관련 게시글 42개 중 31개가 파업에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도서관 앞에는 “대학은 차별 없는 진짜 정규직화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파업 지지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겨울에도 25도 안팎으로 유지되던 도서관 실내 온도는 이날 16도까지 내려갔다. 학생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 공부했다. 소형 전열 기구를 가져온 학생이 있었고, 핫팩을 쥔 손을 연신 비비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미국 대학원 진학 시험을 준비하는 공과대학 3학년 조모 씨(24)는 “부당하게 학생들을 인질로 잡은 것”이라며 “노조가 학교 본부와 대화를 해야지 왜 애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난방 중단 사실이 알려져 이날 중앙도서관은 자리가 텅텅 비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도서관 이용자 수를 80명으로 집계했다. 도서관 열람실 전체 좌석은 5000여 석이다. 문과대학 3학년 이모 씨(24)는 “2월은 변리사와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이 예정돼 있어 평소 같으면 도서관 자리를 잡기도 힘든 때”라고 했다.

노조와 대학 측은 11일 협상을 재개한다. 노조 측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경비·시설관리직 조합원도 파업에 합류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고도예 yea@donga.com·송혜미·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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