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이루려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부터 보편화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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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르하위스 네덜란드 SER 사무총장

“우리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하루아침에 이룬 건 아니다. 오랜 시간 작은 변화들이 쌓여 새로운 문화를 뿌리 내린 결과다.”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사회경제위원회(SER)의 베로니크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사진)은 지난해 11월 13일 헤이그의 SER 본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워라밸을 이루려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보편화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불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이 협약에서 노동계는 임금 동결을, 경영계는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합의했다. 이후 네덜란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각종 유연근무제를 과감히 도입해 2017년 고용률을 75.8%까지 끌어올리는 한편으로 워라밸을 정착시켰다. 1950년 설립한 SER는 이런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이끈 기관이다.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은 “기업은 유연성을 확보하고, 근로자는 재량껏 스케줄을 짤 수 있어 양측 모두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한다”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으면 더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에 얽매여 각종 규제를 가하기보다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자율성을 더 많이 줘야 워라밸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네덜란드도 시간제 일자리가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그는 “국가뿐 아니라 고용주도 전문적인 보육시스템을 잘 갖춰야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며 “국가 전반의 복지제도가 시간제 일자리와 융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두고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은 “우리 노동계도 한국의 노동계처럼 일자리 확대와 일자리 질 모두를 요구할 때가 있었다”며 “노사정(勞使政)이 계속 대화하다 보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노동력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투자로 생각하는 기업이 늘어나야 합의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티메르하위스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기구의 ‘독립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SER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어도 동일한 의견을 계속 제시할 수 있다”며 “노동과 일자리정책은 정권과 무관하게 연속적이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독립성을 확보해야 ‘좋은 타협’을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헤이그=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워라밸#네덜란드#사회경제위원회#베로니크 티메르하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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