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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박상준]20대 청춘남녀, 혐오의 날 내려두고 서로를 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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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박상준]20대 청춘남녀, 혐오의 날 내려두고 서로를 품어라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입력 2019-02-02 03:00수정 2019-02-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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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男 대통령 지지율 급락… 실업률 女보다 5%P나 높은 탓
좋은 직장-집 구하기 강박관념, 기성세대 저주문화 性대결 만들어
경제의무 출산육아 손잡아야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해 정부 여당의 고심이 깊다고 한다.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지만 20대 남성 지지율만 유독 낮으니 원인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20대 남성이 처한 경제 상황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최근 한국의 20대 청년실업률이 최악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남성의 실업률이 유독 높다는 것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2017년 20대 후반 여성의 실업률은 7.1%인 데 비해 같은 연령대 남성의 실업률은 11.6%다.

이렇게 큰 성별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매우 예외적이다. 일본의 20대 후반 실업률은 남녀 모두 4% 내외고 OECD 평균은 남녀 모두 7.5% 내외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사정이 이러니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다. 마치 한국에서만 20대 남성이 차별을 받는 듯 보인다.

그러나 청년 남성의 실업률이 유독 높은 것은 실은 기성세대의 성차별이 20대 남성에게 족쇄가 됐기 때문이다. 구직 기간을 더 길게 잡더라도 반드시 좋은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여성도 마찬가지지만 남성에게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은 남성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20, 30대의 임금 계층별 기혼율을 보면 남성은 임금 순위가 높을수록 기혼율이 높다. 1분위(하위 10%)의 기혼율은 6.9%에 불과하지만 5분위는 32.3%, 10분위(상위 10%)는 82.5%까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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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역시 10분위의 기혼율이 76.7%로 가장 높은 것은 남성과 마찬가지지만 1분위의 기혼율(42.1%)이 5분위(32.6%)보다 높은 것은 확연히 다른 점이다. 남성들이 저소득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자로 다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여성에게도,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도 손실이지만 한편으론 여성에게 경제 활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변명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에게는 그러한 변명거리가 없다.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라’는 저주는 아담에게 내려졌고 21세기 대한민국 남성에게도 유효하다. 경제적 부담을 오롯이 져야 하는 남성은 여성보다 높은 지위를 요구한다.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라는 저주는 이브에게 내려졌고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을 괴롭힌다.

청년들은 이 오래된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 여성이 해방되지 않는 한 남성은 해방될 수 없다.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결혼할 남성이 집을 장만해 와야 한다는 믿음은 결혼한 여성은 시가에 종속된다는 믿음의 다른 모습이다. 병역은 남성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군인들에게 감사할 이유도 혜택을 줄 이유도 없다는 생각은, 출산은 여성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법적이고 제도적인 모성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의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은연중에 주입한 저주의 문화를 거부하고 경제적 의무와 출산 및 양육에 따르는 수고를 함께 지고 시가와 처가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를 세워야 한다. 남혐과 여혐으로 날을 세울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품으라고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여성들은 병역으로 인한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조롱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처럼 극심한 취업난 가운데 2년의 군역은 당연히 취업 활동에 손해가 될 것이다. 20대 남성은 여성이 겪는 광범위한 차별과 폭력을 부인하지 말았으면 한다. 학창 시절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각종 차별과 폭력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의 여전한 현실이다. 서지현 검사의 힘겨운 싸움이 단적인 예를 보여주지 않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예리하게 날이 선 검처럼 위태롭다. 정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그 인격을 능지처참하려고 하니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혐오의 구름은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숨을 막히게 한다. 청년들마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오와 저주의 문화를 증폭시킨다면 대한민국은 미래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대통령 지지율#청년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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