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의 자동전투는 필요악(惡)일까?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월 3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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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내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모바일게임의 해묵은 논란이 있다. 이제는 모바일게임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자동전투가 그것.

모바일게임 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분명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의 몫도 컸다. 게임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도 큰 문제없이 화려한 액션 RPG를 즐길 수 있게 됐으며,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턴방식의 전투 등도 문제없게 됐다. 게이머들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 게임을 즐긴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장에서 아무리 자동전투나 자동 플레이가 대세여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전투를 AI에 맡겨 놓는 것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 자동전투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에 대한 반감을 극도로 표출하고 있는 중이다.

1월 31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사진출처-게임동아)
1월 31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사진출처-게임동아)

그렇다면 이렇게 자동전투에 대한 반감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모바일게임 내 자동전투 시스템이 도입된 게임을 살펴보면 대부분 RPG 장르에 집중되어 있다. 클래시오브로얄 같은 유저간 대전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의 FPS 혹은 퍼즐 장르의 게임은 게이머의 실력이 바로 승패와 연결되기 때문에 자동전투를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반해 성장과 캐릭터 육성 혹은 수집이 메인 콘텐츠인 RPG 장르의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다른 장르에 비해 오래 걸리고, 콘텐츠를 즐김에 있어 반복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동전투 같은 AI 시스템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더욱이 RPG 장르의 강세가 유난히 심하고, 더욱 큰 규모의 맵과 수집요소를 자랑하는 MMORPG가 등장한 이후로는 이러한 자동전투는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추세다.

또한, 이 자동전투는 국내 게임 시장의 해묵은 논란인 랜덤 박스나 가챠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RPG의 성장 요소의 핵심은 캐릭터의 성장과 장비의 강화인데, 이 부분은 가챠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이렇게 성장시킨 캐릭터의 전투를 자동으로 돌리게 된다면 결국 게이머가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것보다는 과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게임들 상당수가 이 수집과 육성 그리고 자동전투가 중심인 RPG와 MMORPG 장르인 만큼 "자동전투=돈만 버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게이머들에게 반감을 주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나루토 온라인 이미지((사진출처-게임동아))
나루토 온라인 이미지((사진출처-게임동아))

사실 이 자동전투 시스템이 가장 핵심인 플랫폼은 바로 웹게임이다. 웹게임은 플레이를 수십 시간이상 하더라도 캐릭터의 스킬이 무엇인지, 스토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생길 정도로 자동이동, 자동전투가 일반화되어 있어 그냥 켜놓기만 해도 게임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등장하고 있는 모바일 RPG의 자동전투는 분명 이 웹게임의 수준까지는 아니다. 처음 튜토리얼 과정에서는 수동으로 전투를 진행하거나 일정 레벨 이후부터 자동전투가 도입되는 경우가 많고, PvP 혹은 대규모 레이드의 경우에는 게이머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 게임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웹게임 등의 다른 플랫폼에서 파생된 시스템이지만, 모바일의 자동전투는 플랫폼에 맞는 최적의 방식으로 나름의 진화를 거듭해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과거 20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 그 20대가 생활력 있는 30대 40대를 바라볼 만큼의 시간이 흘러 이들이 중심 세대가 된 만큼, 몇날 며칠 밤을 새어가며 게임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동전투가 선호되는 것도 사실.

검은사막 모바일(사진출처-게임동아)
검은사막 모바일(사진출처-게임동아)

이에 게임사들은 자동전투는 이미 빼놓을 수 없는 시스템이 된 만큼 이를 게임성과 적절히 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앞서 설명한 웹게임처럼 그냥 켜놓기만 해도 알아서 게임이 진행되는 ‘방치형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이나, 어디서 본 듯한 비슷비슷한 모습의 양산형 게임들도 다수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기존에 이미 자리잡은 게임을 제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MMORPG 장르로 등장한 검은사막 모바일이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등의 작품의 경우 자동전투는 지원하지만, 직접 조작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져 재료 수집 이외에 레이드, PvP 및 스토리 던전 등의 경우에는 수동조작을 유도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데이브 이미지(사진출처-게임동아)
데이브 이미지(사진출처-게임동아)

여기에 오는 2019년에는 네오플 산하의 스튜디오 포투에서 개발한 데이브나 네 개의 탑 등의 인디 게임 스타일의 신작과 PC와 콘솔 장르에 도전하는 라인게임즈의 '프로젝트 NL', '베리드 스타즈' 등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담은 작품들이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소득은 높아졌지만,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과 자동전투의 니즈가 맞아 들어가며, 이제 모바일게임에서 자동전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라며, “다만 게임의 본질을 즐기고자 하는 층도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자동전투 같은 기존의 게임 시스템보다 한 걸음 나아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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