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수]조합장선거,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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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3월 13일은 전국 1343개 농·수협, 산림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1987년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태동한 조합장직선제는 크게 두 번의 중요한 변곡점을 지났다. ‘위탁선거제도’가 도입된 2005년과 ‘전국동시선거제도’가 시행된 2015년이다.

과거 조합장선거는 조합자치의 일환으로 각 지역 조합의 정관에 따라 선거가 진행됐다. 하지만 조합의 선거 개입, 금품 수수 등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2005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의무적으로 위탁받아 관리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대폭 강화됐다. 그 후 조합장선거 개별 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조합장의 임기를 조정해 같은 날 선거를 치르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015년 시행됐다. 이는 조합장선거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을 높이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제1회 선거에서는 선관위의 대대적인 예방·단속활동으로 총 867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했고, 그중 171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선거 후 여론조사 결과 조합원의 약 90%가 “후보자의 위법행위를 목격하거나 들은 바가 없다”고 답할 만큼 부정선거 척결의 업적을 세웠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투표에 대한 대가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해 적발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선거의 지역적 상징성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여느 공직선거 못지않지만 ‘선거의 공정성’만 놓고 볼 때 공직선거 수준에 한참이나 뒤처져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돈으로 사려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권자의 표’라고 했다. 투표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가 ‘선거제도’와 ‘국가의 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넘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는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이상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에 준하는 ‘공공선거’이자 ‘국가적 행사’다. 선관위는 이번 조합장선거가 공직선거에 버금가는 준법선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고, 특히 선거질서를 크게 해하는 금품 및 향응 제공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조합장 후보자의 높은 ‘준법의식’과 조합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공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후보자와 유권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조합장선거#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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