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中 ‘일대일로’… 작년 동남아 투자액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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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아세안 프로젝트 12건 그쳐… 태국-베트남선 신규투자 아예 없어
각국 對中 채무 급증에 우려 목소리… 美-中 무역전쟁까지 겹쳐 동력 급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집권 때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가 일대일로를 위해 맺은 1억 달러 이상 투자 및 건설 계약액은 2017년보다 49.7% 급감한 192억 달러(약 21조4752억 원)에 그쳤다.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에서 시작된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총 12건(39억 달러)에 그쳤다. 2017년 같은 기간 33건(22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지난해에 신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예 없었다.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 주도의 철도 도로 항구 등 기반시설 건설이 활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대형 사업으로 대외 채무가 급증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부채에 허덕여 중국에 돈을 갚지 못하면 항구 등 전략 시설 운영권을 중국에 넘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남아시아의 스리랑카는 남부 함반토타 항구의 건설비를 갚지 못해 지난해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임대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역시 일대일로 사업에 마냥 돈을 쏟아붓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싱가포르 연구기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의 학자 70% 이상이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일부 지역에서 환경 파괴 문제가 발생하고 중국 노동자가 현지로 대거 몰려들자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6일 대표적 일대일로 사업이던 200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미얀마도 부채 우려에 서부 차우퓨 항구 건설 사업비를 기존 73억 달러에서 10억여 달러로 대폭 줄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일대일로#아세안 프로젝트#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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