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맞는 유산균… 전통 발효 음식에 해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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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안성기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
안성기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
최근 먹는 미생물, 즉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시장이 급격히 성장 중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제품 수가 적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있다. 많은 식품회사들이 다양한 프로바이오틱 푸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제약 및 바이오 회사도 약이나 보조제, 또는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다양한 제품이 나와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점은 좋은 현상이다. 다만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선택에 있어 합리적 기준이 될 수 있는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아온 한반도라는 지리적 환경과 이곳에서 나는 음식, 그리고 장내 세균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인종마다, 사는 지역에 따라, 먹는 음식에 따라 장내 세균이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인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아니라 ‘신토균불이(身土菌不二)’, 즉 몸과 땅, 세균은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내 땅에서 난 제철음식이 건강에 좋듯, 이 땅에서 살아온 세균이 내 장에도 좋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균주는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이다. 이를 배양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먹이가 우유다. 이런 우유 기반의 제품은 동물성 프로바이오틱스로 분류할 수 있다. 요구르트와 요플레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런 제품은 생산비용이 적게 들고, 맛이 좋으며, 만들기 쉬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유당불내성, 우유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 소화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도 높다.

유럽의 낙농국가와 다르게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농경생활을 해 왔고 주식이 채식이었다. 또 사계절이 뚜렷한 환경에 살면서 겨울엔 먹을 것이 부족해 수확시기에 남는 음식을 저장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그래서 다양한 발효 음식이 만들어졌다. 이 발효 음식의 주인공이 바로 세균이고 한국인의 장과 오랜 기간 함께한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에게는 우리의 전통적인 발효음식, 즉 식물성 발효음식에 포함된 균들이 보다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대표하는 발효음식이 바로 김치다. 김치는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김치 발효는 원재료와 김치의 종류, 첨가물 및 발효조건에 따라 다양한 세균들이 관여한다. 대표적인 김치 발효 균주는 류코노스톡, 락토바실러스, 바이셀라 등의 유산균들이다. 주목할 점은 김치 발효에는 유제품 발효의 주역인 비피도박테리움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 채식이 가지는 건강상의 이점이 많이 알려지면서 식물성 프로바이오틱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에는 이런 식물성 프로바이오틱스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인을 위한 김치유산균’이라는 말은 이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품에도 ‘우유 함유’라는 문구가 있는 경우가 있어 제품의 라벨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게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다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성인의 대부분은 유당을 분해할 수 없는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에서 주로 발견되는 균이 그래도 수입되는 균주보다 좀더 유익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토균불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안성기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
#헬스동아#건강#의료#유산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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