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책사업 예타 면제, 미래에도 떳떳할 자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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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지역이 대규모 국책사업 기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총사업비 최대 61조2500억 원이 넘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결정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업이 늦어도 다음 주 초반에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별로 1건 정도를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미리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은 예타를 받도록 돼 있다. 다만 지역 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정부는 지방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국가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해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33개 사업을 신청했다. “과거 정권처럼 대규모 토건 공사로 경기를 부양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던 정부 여당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은 그만큼 지역 경제의 어려움과 SOC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각 시도에서 신청된 사업들의 면면을 보면 논란이 예상된다. 대부분 지역의 숙원 사업이지만 이미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타당성 조사조차 거절된 사업들이 많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예타를 면제받은 4대강 사업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예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십수 년간 미뤄진 지역 사업을 갑자기 급하다며 예타까지 면제하고 착공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눠주기식 선심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야당도 정치적 계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 터라 지역 균형발전이나 경제적 효과 없이 수천억∼수조 원의 세금이 낭비될 사업들을 대거 채택할 우려가 있다.

김대중 정부 때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뒤 도입한 예타는 세계적인 재정관리의 우수 사례로 해외 수출까지 한 제도다. 예타를 통과하고도 이용자가 없어 애물단지가 된 사업들이 많은데, 광역별로 1개씩 하겠다며 수준에 못 미치는 사업까지 선정해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선정 기준과 절차를 명백히 밝히고, 사업 책임자에 대한 실명제를 실시해 후대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책사업#사회간접자본#예비타당성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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