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관람한 李총리, 최근 韓日 관계 묻자 “침묵도 반응”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8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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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후보시절 “어려운 상대는 우아함과 포용력 보여줄 기회 주는 것” 조언도

이낙연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1.6 © News1
이낙연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1.6 © News1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전반적인 갈등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침묵도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전날인 17일 서울 용산 CGV에서 한글 보존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한글문화연대 소속 대학생 동아리 ‘우리말가꿈이’ 회원들과 영화 ‘말모이’를 관람한 자리에서 취재진이 “최근 한일 관계가 심각하다”고 묻자 “거기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며 이 같이 답했다.

이 총리가 이날 관람한 ‘말모이’는 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에 저항하며 한글을 지키려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려고 노력한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의 배경 뿐만 아니라 이 총리가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레이더 조준 갈등과 관련한 일본의 도를 넘는 공세에 발언수위를 높여온 만큼 이날 내놓을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총리는 영화가 끝난 뒤 우리말가꿈이 회원들과 2시간정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글날 기념사 작성과 과거 기자 시절 순한글로 글을 써보려고 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한글에 대한 애틋함을 전했다.

이 총리는 “(취임하고) 한글날 기념사를 두 번하는 동안 순한글로 써보려고 시도했지만 안 됐다”며 “한자어를 넣지 않을 수 없어 포기했지만 그런 도전 자체가 값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자 시절 명창 고(故) 박동진 선생 생전에 긴 인터뷰를 했을 당시에도 순한글로 기사를 한 면 쓰려고 했는데 한글날 기념사처럼 포기했다”며 “말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곱고 정확하게 쓰고 싶고, 상대에게 상처주지 않는 완곡한 말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하기 불편한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 총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총리는 “지난 대선 때 1등 후보가 집중 공격을 받았는데 그때 후보와 통화에서 ‘저 사람들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들이 나의 우아함과 포용력을 보여줄 기회를 주는구나’라고 생각하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언어가 거친) 국회를 가면 미리 결심을 단단히 하는데 분명한 것은 상대가 거칠수록 나의 우아함이 보여진다는 것”이라며 “거칠게 공격할수록 기회가 오고 나의 포용력과 자제심, 인내심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라”라고 충고했다.

이 총리는 ‘제 1회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수상했을 때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받았다고 소개하며 한글에 애착이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평가 점수는 제가 더 높았지만 언론보도는 5%만 나를 다루고 나머지는 당시 대선 후보로 유력한 박 전 의원에게 집중됐다”며 “수상소감을 ‘박 의원과 수상을 해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나는 행운이고, 박 의원은 나와 같이 수상하게 돼 이 상의 순수성을 인정 받아 행운일 것’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말모이를 본 소감에 대해서는 “극도의 갈등과 긴장이 있지 않아도 전체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며 “나라를 빼앗겼을 때 사전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역설적”이라고 평했다.

한 회원은 이 총리에게 정부 보도자료에 많은 외래어가 포함돼 있다며 직접 나서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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