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경기 침체속 ‘애플쇼크’가 한국경제에 던지는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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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을 당초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시적 충격에 빠졌다. 매출 전망을 낮춘 가장 큰 배경은 중국 시장에서의 아이폰 판매 부진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이를 애플의 ‘차이나 쇼크’라고 부르며 삼성전자의 매출 추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5년 전 중국 내 1위였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매출이 지금은 1% 미만으로 떨어진 사례를 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차이나 쇼크’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거대한 도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스마트폰의 창시자인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밀린다는 것은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중국산이 선발주자들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니 등 일본의 전자제품 회사들이 한국 기업들을 가볍게 여겼다가 글로벌시장에서 완전히 역전당한 경험이 한중 간에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산업계에서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기술 역전당하는 시기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이번 애플의 매출 추락이 확실하게 보여준 사실은 중국이 이미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중국 시장 위축이 던질 파장은 미국보다 한국에 더 크게 다가온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503억 달러였으며 전체 수출의 27%로 11.9%인 대미 수출에 비해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는 한중 간 경제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을 뒤흔들 ‘차이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중은 7,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갖는다. 얼마간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세계 패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인 미중 무역전쟁을 해소할 획기적인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은 사드 갈등 같은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를 고정 상수(常數)로 여기는 게 현명하다.

삼성전자 등 많은 한국기업은 인도, 베트남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왔고 최근 부쩍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미 언론이 애플에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삼성에 배워라”고 충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도 미국 중국을 포함한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신남방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애플#매출 추락#미중 무역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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