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대신 한식투어… 외국인 “서울여행 맛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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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로 진화하는 서울관광
북촌-인사동 전통문화 체험하며 한정식 맛보기 외국인들 큰 관심
市 “문화체험으로 관광객 유치”
케이팝 댄스 배우기-한복입기 등 새 관광콘텐츠 개발 적극 지원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인사동과 북촌을 돌며 한식을 맛보는 미식 투어에 참가한 마쓰자카 미치코 씨(오른쪽)가 투어를 주관한 
‘가스트로투어서울’ 강태안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불고기를 먹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인사동과 북촌을 돌며 한식을 맛보는 미식 투어에 참가한 마쓰자카 미치코 씨(오른쪽)가 투어를 주관한 ‘가스트로투어서울’ 강태안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불고기를 먹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술을 많이 먹고 다음 날 행오버(hangover·숙취)되면 한국 사람은 이 수프를 먹어요.”

북엇국을 처음 맛본 마쓰자카 미치코 씨(27·여)는 눈을 크게 뜨며 미소를 짓더니 이내 국물 한 숟가락을 더 떠 먹었다. 일본계 페루인인 마쓰자카 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인사동과 북촌을 돌며 한식을 맛보는 미식 투어에 참가했다. 미식 투어는 개성식 한정식 식당에서 북엇국 비빔밥 불고기 탕평채 등을 맛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 한방차를 마시고 직접 만두를 빚는 음식점에서 만두와 떡국 감자전 등을 먹었다.

투어 전까지 알고 있던 한식이라 해봤자 삼겹살을 지칭하는 바비큐 정도였던 마쓰자카 씨는 다양한 한식을 맛볼 때마다 즐거워졌다. 음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에도 자연스레 귀 기울였다. 세밑인 터라 ‘비빔밥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남은 식재료를 한데 모아 비벼 먹는 음식’ ‘떡국은 새해 첫날 먹는 것’이라는 설명에 특히 관심이 갔다. 투어를 기획한 ‘가스트로투어서울’ 강태안 대표는 “여러 한식이 지닌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마련”이라고 거들었다.

마쓰자카 씨는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도 5일간 머물렀다. 한국과 중국 모두 첫 방문이다. 현재 코스타리카에 살고 있는 그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동아시아 여행을 생각하면 흔히 중국을 떠올리지만 나는 한국이 더 맘에 든다”며 “한국이 더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 한국 여행을 간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왜 멋진 해변이 있는 태국이 아닌 한국을 가느냐’고 묻기도 했단다. 그는 “코스타리카에 많은 해변이 있는데, 굳이 태국에 갈 이유가 없다. 웅장한 자연은 없지만 도시의 다양한 매력을 가진 서울에 오고 싶었다”고 했다. 한식 투어도 그가 꼽은 매력 중 하나다.

마쓰자카 씨의 이 말은 한국 관광, 특히 중심이 돼야 할 서울 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물가가 비싸고 자연자원은 부족한 서울 관광의 핵심은 도시의 디테일한 멋에 있다는 것이다. 이재성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는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유명 관광지 방문에 그치지 않고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관광 콘텐츠 발굴에 애쓰고 있다. 2016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관광 스타트업 프로젝트 공모전’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관광 스타트업 공모전은 새로운 서울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내거나 여행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창업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2016년 14개, 2017년 8개, 지난해 8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이 중 2개를 제외하고 모두 결과물이 나왔다. 가스트로투어서울도 서울로7017 주변 맛집을 탐방하는 콘텐츠로 2017년 수상했다. 지난해 공모전 대상은 케이팝 댄스를 직접 배워볼 수 있는 체험 상품이었다. 한복을 입고 일상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상을 받았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상품 말고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해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도 주목받았다. 서울에서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를 열 때 온라인 입찰 방식으로 호텔을 저렴하고 편하게 구하도록 한 ‘비딩스테이’는 공모전에서 입상한 후 개별 투자를 유치했다. 장애인이 불편 없이 접근해서 볼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전용 지도를 제작하는 ‘이지트립’도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올해도 새로운 관광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한편 ‘지하철 무제한 일일 패스’처럼 관광객들이 서울 곳곳의 숨겨진 명소를 찾도록 유도하는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쇼핑 대신 한식투어#외국인 서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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