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호섭]‘레이더 논란’ 속 日 의도를 읽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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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한국해양소년단연맹 총재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한국해양소년단연맹 총재
한일관계가 바닥을 친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20일 발생한 일본 해상초계기에 대한 사격통제(FC)레이더 조사(照射) 논란 때문이다. 일본은 ‘군사도발’ 운운하며 관련 영상까지 공개했지만, 한국 국방부는 FC레이더파를 조사한 적이 없고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비행이 오히려 위협적인 행위였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일본은 결정적 증거 즉, FC레이더 주파수는 물론이고 FC레이더파로 피조준됐을 때 자동으로 울리는 경고음도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일본 해상초계기 승조원의 대화에서는 위기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공격 직전’에 있어야 할 광개토대왕함의 함포는 평상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설사 FC레이더가 가동되었다고 해도 이를 모두 적대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통상 전투함정은 FC레이더를 탑재하여 장비작동 시험이나 승조원의 교육 훈련 등 상황에 따라 레이더를 운용한다. 예비역 자위대 수뇌부 인사도 이번 사건이 ‘세계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며 ‘군용 항공기는 갑자기 미사일이나 함포로 피격되는 일이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해 일본 정부의 공분을 샀다고 전해진다.

오히려 문제는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비행이다. 일본 초계기가 우리 공역에 진입할 때 미리 통보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한국 P-3 승무원들은 그리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런데 일본 초계기는 그냥 현장에 진입하여 구조 임무 중인 한국 함정 상공을 저고도로 비행하며 임무를 방해할 만한 이상한 행동을 했다. 한국이 도리어 항의를 해야 할 일을 일본이 벌인 것이다.

일본이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 정부가 ‘방위대강(防衛大綱)’을 결정하고 호위함 ‘이즈모’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외부의 ‘군사도발’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은 ‘남한 해군정(Korean South Naval Ship)이라고 호출하고 자신들은 ‘일본 해군(Japan Navy)’이라고 반복하는 것에서 사건의 배경이 읽힌다.

2010년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현재 일본의 적극적 안전보장 정책을 이끌어냈듯 일본 정부는 ‘보통국가화’를 위해 한국과의 군사적 마찰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 새해엔 일본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만 문제가 없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같이 읽어내는 것이 ‘안보관’이다.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한국해양소년단연맹 총재
#일본 초계기#군사도발#fc레이더#해상초계기#광개토대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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