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9/문학평론 당선작]네가 틀리는 곳에서 나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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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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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솜

● 당선소감

제 글 어딘가엔 엄마의 쉰소리가 들리는 듯

안 된다고 죽나 뭐, 지금도 행복한데, 싶다가도 안 되면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한 글자도 쓰지 않은 날들과, 매달려 엉엉 울고 싶은 날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죽을 것 같던 날들, 매달려 엉엉 울던 날들에 이제는 감사합니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제게 있어줘서 이 당선 소감을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있는 힘껏 고통스러워 보겠습니다. 제 모든 공부의 출발점이 되어주신 한양대 국문학과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같이 공부한 대학원 학우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아빠 말이 맞아요. 저 어릴 적 엄마가 목이 쉬도록 읽어주신 그 많은 이야기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쓰는 글 어딘가에는 분명 엄마의 쉰 목소리가 묻어 있을 거예요. 많이 기뻐해주신 시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뒤뚱거리는 글을 당선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로서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당신이 있어서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힘으로 밥도 먹고 글도 쓰고 합니다. 못나고 못난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1990년 충남 공주시 출생 △한양대 사회학과 졸업, 동대학원 국문과 박사 수료


● 심사평

자신의 문제인식 밀어붙이는 사유의 힘에 주목


신수정 씨(왼쪽)와 김영찬 씨.
신수정 씨(왼쪽)와 김영찬 씨.
문학비평의 위상과 입지가 점점 위축되어가는 와중에도 비평적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여전히 신선하고 활기찬 것 같다. 이번 문학평론 부문 응모작들을 보며 느낀 감상이다. 대체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몇 가지 결함도 여전히 눈에 띄었다. 많은 응모작이 외국 이론에 지나치게 의존해 정작 작품의 실제가 실종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설득력 있는 비평적 문제의식과 정확한 문장에 대한 자의식의 결여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가운데 최종적으로 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세 작품이다.

‘응시하는 존재들―임승유, 안희연, 백은선의 시세계’는 이론적 개념과 작품의 실제가 잘 조응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고, 특히 ‘응시’라는 개념이 이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포괄할 수 있는지가 끝내 의문스러웠다. ‘일상을 사유하는 두 가지 방식―최정화, 김금희 소설론’은 ‘일상’을 천착하는 두 작가의 개성적인 방식을 논한 작품이다. 그러나 논의가 기존 논의의 틀에 머물러 있고 너무 소박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당선작으로 선정한 것은 임현의 소설을 다룬 ‘네가 틀리는 곳에서 나는 옳다’이다. 최근 문학계의 화두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감식안, 그럼에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유의 힘에 주목했다. 현실의 ‘옮음’과는 다른, 또 달라야 하는, 문학의 ‘옮음’이라는 문제의식을 자기의 언어로 차분히 설득해내는 유려한 문장도 눈길을 끌었다.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김영찬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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