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사학자유 침해”vs“특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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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4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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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법인·학생 등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헌법소원
“학생 볼모로 자사고 도산”vs“궤멸론 지나친 과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립형사립고·일반고 동시선발’ 관련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위해 착석해 있다. 2018.12.14/뉴스1 © News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립형사립고·일반고 동시선발’ 관련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위해 착석해 있다. 2018.12.14/뉴스1 © News1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의 학생선발을 일원화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것이 위헌인지를 두고 14일 헌법재판소에서 한치 양보없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종로 헌재 대심판정에선 오후 2시부터 4시간 넘게 자사고인 민족사관학교·상산고·현대청운고 학교법인과 자사고 지망생 등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1항, 81조 5항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국내 고교는시행령 개정 전까지 통상 8~11월 학생을 선발하는 전기고와 12월에 뽑는 후기고로 나뉘었다. 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는 전기, 일반고는 후기 입시를 치러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올해 말부터 고교 신입생 선발을 일원화하고 중복지원을 금지했다.

이에 자사고 학교법인과 학생, 학부모 등은 개정 시행령이 학교선택권, 사립학교 운영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측 “학생 볼모로 자사고 도산목적…위헌규정”

청구인 측 김용균·이석연 변호사는 심판대상조항이 사학운영 자유를 침해하고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학생들을 볼모로 자사고를 도산시키려는 수단”이라며 “잘못 운영한 자사고는 시행령에 따른 지정취소 등을 통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피해 최소성에 어긋나고 법익 균형성도 잃은 위헌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정부의 적극적 권유로 자사고로 지정받아 인가조건으로 처음 제시된 전기모집 원칙을 철석같이 신뢰하며 15년간 막대한 투자와 노력으로 사학다운 사학을 이뤘다”며 “청구인들 신뢰는 법적 보호가치가 있고 침해나 신뢰 손상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이유로 든 Δ동등·공정한 입학제도 운영 Δ우수학생 선점 및 고교서열화 완화 Δ입시경쟁 완화에도 반론을 폈다.

김 변호사는 “자사고 전기모집은 고교평준화에 따른 획일성 교육 보완이라는 설립목적 구현에 필수적”이라며 과학고와 영재고와 달리 자사고만 후기로 옮기는 건 동등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지역 자사고는 추첨과 교과식 질문이 금지되고, 그외 지역의 경우 면접과 절대평가 방식 내신성적으로 뽑는다며 이같은 방식은 입시경쟁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을 시행하면 학생·학부모가 자사고 불합격시 입는 불이익으로 자사고 지원을 기피·포기해 자사고는 대규모 정원미달사태를 맞고 재정난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자사고를 궤멸시키려는 저의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반고 2·3류 전락…우선선발 특혜 바로잡아야”

반면 이해관계인 교육부장관 측 박성철·한철웅 변호사는 자사고의 우수인재 선점 특혜에 따라 일반고에 상대적으로 하위성적 학생이 가며, 2·3류처럼 전락한 상황을 개정 시행령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맞섰다.

박 변호사는 “변하는 건 단지 학생선발 시기일 뿐으로 우선선발이란 특혜가 제거될 뿐”이라며 “자사고는 대입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우선선발권을 부여받은 게 아닌데 현실에선 국영수 비중을 늘려 운영한다. 서울대 합격자 통계를 보면 자사고인 하나고 1곳의 서울대 합격생이 충북·울산·제주 전체 합격자를 넘어선다”며 자사고 설립취지가 변질됐음을 짚었다.

이어 “청구인들은 학생 선정 때 지필고사를 실시하지 않아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는다는데 현실을 외면하는 주장”이라며 “중학교 내신성적 반영 때 국영수에 가중치를 두고 영어로만 진행되는 면접을 하고, 자기소개서를 받는 것도 사교육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난해 기준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일반고 진학 중학생은 월 27만원, 자사고는 월 42만원 이상이라고 부연했다.

평등권 침해 주장에는 “우선선발권은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권리라 볼 수 없고 선발시기 조정으로 중대한 기본권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신뢰보호원칙 위배와 관련해선 “학생선발시기가 헌법적 신뢰형성 대상인지도 의문”이라며 “신뢰가 있었대도 공정한 입학전형 실시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가치를 넘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학의 자유가 사회와 동떨어진 일반적 자유일 순 없다. 공교육 정상화란 공적 목적을 위해 합리적 제한이 가능하다”며 “(시행령 개정은) 소수의 선택적 학생이 아닌 모든 학생이 각자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합헌결정을 호소했다.

이어진 유남석 헌재소장 등 재판관들 질의에선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학교에 투자한 금액을 질문받고 400억원대였다고 답하며 “자부심과 보람으로 견뎌왔는데 (전기모집을 못하면) 자사고는 궤멸될 것이다. 심정적으로는 학교 문닫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철 변호사는 “교육부는 현재 자사고 폐지·축소를 직접적으로 고려하는 건 아니다”며 “개별 자사고에 (문제가 있으면) 지정취소하면 되지 왜 전체적 제도설계를 바꾸냐고 하는데 이는 다른 차원 문제”라고 받아쳤다.

조용호 재판관은 이에 “한 정권의 어떤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시된지 10년도 안돼 (교육정책이) 180도 전환돼도 되나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청구인측 참고인으로 민사고에서 8년간 교장을 한 윤정일 서울대 사범대학 명예교수는 민사고 교지면적이 38만5000평으로 일반고의 130배에 달하고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점 등 특수성을 설명했다.

이어 “수월성교육을 했지 입시위주의 교육은 안 했다”며 자사고와 일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학생 모집시기는 사립학교 교장의 핵심권한이라며 전기모집 유지입장을 표했다.

이해관계인측 참고인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동시모집이 자사고 건학이념을 부정하고 학교존립을 위협한다는데 왜 이것이 전기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해야만 가능한가”라며 “지금까지 자사고가 낸 효과들이 (우선)선발에 의한 것이지 교육시스템에 의한 게 아니라고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대 합격생의 자사고 쏠림현상을 보며 이게 정상적 나라의 모습인가 의구심이 든다”며 “중학교에서 정상적 교육을 받은 학생이 자사고 교육과정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까 싶고,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노력에 의한 것이면 이런 학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전기선발을 유지해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청구인 측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기존 시행령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석연 변호사는 “교육부가 마치 자신들만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편협한 우월의식에 빠져 자사고를 적폐 대상으로 보는 듯하다”며 “평등의식을 자극해 여론지지를 높이고 표를 끌어모으겠단 교육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적극적 헌법판단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따라 널뛰는 업적위주 교육정책에 쐐기를 박아달라”고 밝혔다.

이에 한철웅 변호사는 “청구인들 주장 본질은 특권의식”이라며 “자사고는 정부 지원과 특혜를 받아야 하고 절대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교육기관이나 사회공동체구성원으로서의 성찰은 느껴지지 않는다. 합헌성을 확인해 특혜가 아닌 평등을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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