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대법원 결정 앞둔 5개 기업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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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국타이어 적법도급’ 판결
현대-기아차, 2심서 불법파견 판단… 포스코도 1, 2심 판결 엇갈려
재계 “직접고용 무차별 강제 안돼”

“다행이다. 새 정권이 들어선 뒤 대법원에서 나오는 첫 노동 판결이어서 잔뜩 긴장했는데….”(10대 그룹의 한 임원)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직접고용) 소송’에서 대법원이 적법한 도급으로 판결하면서 재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에서 처음 선고되는 주요 노동 관련 판결이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별, 공정별로 적법 도급과 불법 파견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에서 불법 파견이 무한정 확대되는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경비, 청소, 주차관리 등 32개 업종만 파견근로를 허용한다. 대기업은 파견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 대해 도급계약을 맺고 협력업체 근로자를 이용해 왔다. 그런데 도급계약 근로자가 본사 소속 근로자와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했고, 본사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정직원으로 직접고용하라는 소송이 잇달아 제기됐다. 한국타이어 외에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현대위아 한국도로공사 등 5개 대기업 및 공기업이 협력업체 근로자들로부터 직접고용 소송을 당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 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3, 4년 전에는 문제없이 사내도급으로 일했던 근로자도 하급심이 불법 파견으로 판단한 사례가 나오면 갑자기 돌변한다. 인력 관리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 내용과 범위가 구분 가능하고 또 분리된 채로 근무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도급으로 볼 여지가 커졌다. 재계는 지난해 2월 서울고법이 현대·기아차 직접고용 소송에서 처음으로 생산관리, 출고, 포장업무 등 ‘간접공정’에도 불법 파견을 인정한 판결이 번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이번 판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전 업무를 하는 포스코의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포스코 직원들과 동일한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사용한다며 2011년 직접고용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MES로 업무지시를 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적법 도급, 2심은 불법 파견으로 엇갈렸고 대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MES를 활용하는 기업은 사내도급을 사실상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이 기업의 자율적 근로관계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직접고용을 강제하면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현재의 고용을 유지할 여력조차 없어진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한국타이어 적법도급 판결#대법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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