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막는 숙제 OUT”, “학생 실력저하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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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숙제없는 학교’ 논란

미국과 중동의 바레인을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숙제를 금지하거나, 숙제를 내주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하는 케빈 풀턴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을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사이프러스 페어뱅크 독립교육구의 공립학교들이 숙제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풀턴 씨는 “숙제는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는지 알아보는 수단”이라며 “(숙제를 금지하는 것은) 부모들을 상황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교육구들이 숙제를 금지하거나 성적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일부 부모와 교사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 공립학교들 사이에서 특정한 날에 방과 후 숙제를 내주는 것을 금지하거나 성적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숙제 없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코네티컷주 리지필드의 공립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주말이나 방학, 휴일에 숙제를 내줄 수 없다. 숙제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루이지애나주 라피엣 교육구는 숙제를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규칙을 1학년에만 적용하다 12학년까지로 확대했다.

‘숙제 없는 학교’가 늘어나는 이유는 학생들이 숙제를 하느라 집에서 씨름하는 대신 잠을 자거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늘리고 독서를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학생 4만3000명이 속해 있는 플로리다주 매리언카운티 교육구는 소속 교사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숙제’를 내주는 대신 최소 20분간 독서를 하도록 했다. 10월 ‘숙제 없는 주말’ 제도를 도입한 마크 토백 뉴저지주 웨인타운십 교육구 교육감은 “학생들의 웰빙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생들이 일주일에 숙제를 하는 데 쓰는 평균 시간은 2007년 6.8시간에서 2016년 7.5시간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나친 숙제 부담을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럼에도 모든 학부모와 교육전문가가 ‘숙제 없는 학교’를 반기는 건 아니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는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단이 없어져 아이들의 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가 숙제 부담을 떠안는 식의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텍사스주 클리번의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인 카우프만 리더십 아카데미는 5∼12학년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숙제를 갖고 집에 가지 않는 ‘숙제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업을 학교에서 늦게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바레인도 내년부터 ‘숙제 없는 학교’를 시작한다. 11일 바레인 교육부는 “내년부터 모든 국립학교에서 수업 후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줄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학교 내에서 모든 학습을 마칠 수 있도록 새로운 교과 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드 빈 알리 알 누아이미 바레인 교육장관은 이날 “새로운 교과 과정은 모든 수업의 마지막에 학생들이 복습을 할 수 있도록 일정 시간을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일부 사립학교도 ‘숙제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숙제가 학생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수면 부족이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미국 숙제없는 학교#학생 실력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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