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 인상속도·위원회 구성·결정방식 모두 뜯어고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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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직자의 원인을 조사해봐야 최저임금을 지금 같은 속도로 나갈 수 있는지, 조정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공약을 내건 이후 과속 인상에 대한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적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정책 속도조절의 일환으로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대한 부작용은 더 이상 이대로 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충격이다. 매년 20만∼30만 명씩 늘던 취업자 수가 올 7월에는 5000명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1월에는 16만 명 증가로 회복했으나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이 가장 큰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 등 3대 업종에서는 21만 명이나 줄었다.

사정이 이런데 실직에 대한 최저임금의 영향을 더 파악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한가해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으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던 올 6월 문 대통령은 엉터리 통계보고에 근거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한 바 있다. 그 다음 달 열린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9%로 결정했다. 내년 1월부터는 오른 데 또 오르는 최저임금이 실제 적용된다. 고용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스럽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더 이상 인상 속도나 제도를 손질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놔두면 부작용이 더 커지고 일자리안정기금 같은 땜질용 세금만 더 들어간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운영방식도 모두 손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인 공익위원이 먼저 인상 상하한선을 정하면 노사대표가 최종 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자영업자 대표 등도 참여시키고 정부가 전원 선정하는 공익위원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익위원 대부분이 노동계로 기울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아무리 결정방식을 고쳐봐야 결국은 ‘청와대 정부’가 입맛대로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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