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中투자사업 변화 신호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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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입장 바뀌었나”… 녹지국제병원 허가 후폭풍 속
제주시 오라관광단지 등 中자본 투자 개발사업체 촉각

3년여 동안 사업승인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시 오라2동 오라관광단지 전경. 열안지오름(작은 화산체)을 포함한 북쪽 일대가 핵심 지역이다. 사업체 측에서는 신뢰할 만한 투자자본인 만큼 신속하게 자본검증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3년여 동안 사업승인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제주시 오라2동 오라관광단지 전경. 열안지오름(작은 화산체)을 포함한 북쪽 일대가 핵심 지역이다. 사업체 측에서는 신뢰할 만한 투자자본인 만큼 신속하게 자본검증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5일 조건부 개설 허가한 뒤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중국 자본이 투자하는 대형 개발사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중국 자본 투자 사업을 깐깐하게 대했던 원 지사의 태도가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 자본 투자업체들은 녹지국제병원을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제주도가 제시한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허가 이유로 ‘건전한 외국 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투자한 중국 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외교문제 비화 차단’ ‘외국 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등을 꼽았다. 중국 자본 투자기업의 한 관계자는 11일 “이런 배경이라면 신뢰할 만한 중국 자본이 투자하는 사업 추진이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 문제를 중국 자본 투자사업 전반에 대한 입장 전환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본 검증을 거친 투자사업에 대해 개별적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 투자사업 가운데 최대 이슈는 제주시 오라관광단지이다. 제주시 오라2동 일대 357만5753m²에 2021년까지 5조2800억 원을 투자해 초대형 컨벤션센터, 최고급 호텔, 쇼핑센터 등 마이스(MICE) 복합리조트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5년 7월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시작으로 경관·교통·재해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2017년 4월 제주도의회에 안건이 상정됐다.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제주도, 제주도의회는 규정에 없는 ‘자본 검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사업 진행은 자본 검증에 발목을 잡힌 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제주도 자본검증위원회(위원장 박상문)가 지난해 12월 구성된 이후 올 들어 3월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3월 회의에서 투자의향서, 분양수입 산출명세, 재원조달 방안, 재무제표, 지역 상생방안 등 5개 보완 서류를 추가로 요청했다. 그러다가 투자 기업인 중국 화룽(華融)치업의 모기업인 화룽그룹 대표가 개인 비리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는 등 부침이 심했다. 화룽치업 새 대표가 9월 원 지사를 만나 사업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자본 검증에 따른 보완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자본검증위원회 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은 채 올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는 사이 하루하루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사업체 관계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화룽그룹은 중국 정부에서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고 새로운 대표는 중국 정부가 선임한 인물이다. 신뢰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자본 검증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신화롄그룹이 제주시 한림읍 86만6539m²에 7239억 원을 투자해 숙박시설과 골프아카데미 등을 조성하는 신화련금수산장 관광개발사업은 더욱 고충이 심하다.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는 지난해 이 사업을 의결하면서 ‘호텔 건축물 높이가 20m를 초과하지 않도록 계획하라’고 주문했다. 사업자 측에서는 이에 맞췄지만 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사과정에서 호텔 높이를 20m(5층)에서 12m(3층)로 하향 조정하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사업체에서는 “제주도 요구대로 분양 위주 숙박시설을 대폭 없앴는데 다시 호텔을 3층으로 낮추면 객실이 628개에서 372개로 줄어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화롄 측은 사업 포기를 검토하다가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사업을 유지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축소된 사업에 대해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자본 검증’ ‘양돈 악취 저감 주민협의’ 등을 내걸면서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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