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직기강 확립” 조국에 직접 지시… 경질론 선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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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퇴진 요구에 정면돌파 선택


4일 오후 10시경, 5박 8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사진)의 대면 보고를 받았다. 순방 기간에 발생한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원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내용이었다. 1일(현지 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이 사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지만 귀국 직후 휴식 없이 가장 먼저 관련 보고를 챙겼을 정도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문 대통령은 결국 조 수석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각에서도 제기된 조 수석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 재확인된 文의 ‘조국 신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특감반 개선 사항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감반 비위 외에 청와대 직원들의 만취 폭행, 음주운전 등의 사고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가 조 수석의 책임이 아닌 만큼 앞으로 책임지고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문 대통령은 또 “(특감반원들을 조사하고 있는) 대검 감찰본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의 개인 비위일 뿐 민정수석실 차원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청와대의 대처가 대체로 잘 이뤄졌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 수석 퇴진에 대해서도 그럴 의도가 없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조 수석에 대해서는 변동(에 대한 언급이)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에 관련 보고를 받고 이미 조 수석의 대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조 수석은 특감반원들의 비위 행위를 적발했고, 추가 조사를 의뢰했고, 전원을 교체했다. 선제적으로 대처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법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조 수석의 사퇴는 곧 사법 개혁의 후퇴라는 여권 내부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재차 확인됐지만 야권의 조 수석 사퇴 요구는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인사 검증 부실, 청와대 내부의 비리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 있는데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전임 박근혜 정권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일제히 ‘조국 구하기’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여권 일각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가 비위 사실이 나올 경우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며 “벌써 조 수석이 인사 검증 부실, 조직 장악 미흡 등 두 번의 미흡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 계속된 비위에 ‘내부 갈등설’도 고개

한편 특감반의 비위 의혹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 양상과 닿아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고교 동창인 총리실 출신 A 사무관의 경우.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사무관이 9월경 민정수석실에서 총리실로 돌연 복귀했는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그 전후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총리실은 “1년간의 파견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원대 복귀한 것”이라면서도 “관련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출신의 김모 수사관과 그의 지인인 건설업자 B 씨가 정부 실세 부산 출신 인사(부산파)들과 친분이 있다는 게 이번 특감반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B 씨는 PK(부산경남) 출신의 전·현직 민정수석실 인사들과 광범위한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일부 PK 인사가 가을 무렵부터 임종석 실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뒤 민정 라인에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지사, 조 수석 등 이른바 PK 인사들과 임 실장이 갈등을 빚을 이유도 없고 실제로 갈등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우열 기자
#조국#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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